3일 국회서 교육시간 확대 정책포럼

학생 65.5%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교원단체 “발달단계·교원 충원부터 고려해야”

학원총연합회도 일률적 수업 확대 반대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보호자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보호자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오후 1시 안팎이면 수업을 마치는 초등학교 1·2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는 방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지만, 교원단체들은 어린 학생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학교에 돌봄 책임을 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오는 3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초등 저학년 교육 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의 교육시간을 늘려 현재 오후 1시 무렵인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아직 정책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초등 저학년의 수업시간을 늘리자는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비슷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학생의 발달 단계와 학교 현장의 부담 등을 둘러싼 논란 끝에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교원단체에서는 학생의 학교 체류시간보다 교육적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육시간 확대 여부는 학교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저학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수업과 휴식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초등교사노조가 지난달 26~27일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에게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65.5%가 “수업을 너무 오래 해서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교실에서 더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였다. 조사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1학년 1만2024명과 2학년 1만7112명 등 총 2만9136명이 참여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뒤 놀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저학년의 발달 특성과 학생들의 피로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이번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교육보다 돌봄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교육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초등 저학년을 학교에 매어두는 것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며 “이번 논의는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적 필요가 아니라 단지 보육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행정적 필요에서 시작됐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돌봄 공백의 근본적 해결책은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가 합의점을 찾아야 함에도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학교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1·2학년의 정규 수업시간 자체를 늘리려면 교육과정을 손질해야 할 뿐 아니라 추가 수업을 맡을 교원과 관련 예산도 필요하다.

장승혁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초등 저학년의 3시 하교제는 교육과정을 전면 재개편하는 문제를 수반함에 따라 대규모 교원 충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을 삭감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정규 교육시간 확대에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에 연동해 자동 배분하던 방식에서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가 감소하더라도 학교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용이 있는 만큼 교육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원업계도 정규 수업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데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1일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점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그 해법이 모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정규 수업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학교는 돌봄기관이 아니라 배움의 공간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정규수업 확대와 별개로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을 올해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관련 돌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97만2000명으로 지난해 여름방학보다 4만2000명 늘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