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전출 없을 때보다 보통교부세 29.6조 감소 추계
경북 4.7조·전남 3.8조…기존 배분 큰 지역일수록 영향
지방계정 15.3조, 전체 교부세 감소효과의 절반 수준
세수 변동 대응 위한 기금 신설에 지방 재정 자율성 우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약 169조원 늘어나지만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보통교부세 증가액은 2조3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면서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에서 해당 재원을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수 호황에도 지방의 재정 여력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지방이 사용처를 정하던 재원의 일부가 중앙정부의 사업 선정에 따라 지원받는 돈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방교부세 추계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경우 내년 보통교부세는 68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66조2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3.4% 증가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이 415조4000억원에서 584조4000억원으로 약 169조원, 40.7% 늘어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의 증가폭을 제한하는 장치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이 기금에 적립하고, 내년 기금 수입을 162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방교부세의 내국세 연동률 19.24%는 유지하지만, 산정 대상 내국세에서 기금 전입금을 제외한다. 지방에 배분하는 비율은 그대로 둔 채 계산의 바탕이 되는 세수 규모를 줄이는 구조다.
기금 전출 없이 현행 산식을 적용하면 내년 보통교부세는 98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추경보다 31조9000억원, 48.1% 늘어날 수 있는 규모다. 기금 전출을 반영하면 증가액이 2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두 경우의 차이는 29조6000억원이다. 감소의 비교 기준은 올해 교부액이 아니라 기금 전출이 없을 경우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 금액이다.
재원 배분 방식의 변화는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교부세는 지역의 재정 부족을 메우고 지방정부가 주민 수요에 맞춰 사용처를 정하는 일반재원이다. 교부세 증가폭이 제한되면 지방정부가 자체 판단으로 사업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여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에 15조3000억원 규모의 지방계정을 두고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1조5000억원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방계정 규모는 정부가 제시한 지방교부세 전체 감소효과 30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가운데 보통교부세 감소분이 29조6000억원으로 추산된 것이다.
지원 방식도 다르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에 맞춰 지출할 수 있지만, 미래대응기금 사업은 중앙정부가 지원 대상과 목적, 방식을 정한다. 지방에 재원을 다시 투입하더라도 중앙정부의 사업 선정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을 그대로 보충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액상 영향은 재정부족액이 커 보통교부세를 많이 받는 지역에서 크게 나타난다. 올해 지방정부 간 배분 구조를 유지해 계산하면 기금 전출이 없는 경우보다 경북은 4조7000억원, 전남은 3조8000억원 적게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은 3조4000억원, 강원은 3조1000억원, 전북은 2조7000억원, 충남은 2조6000억원의 차이가 난다.
이는 광역자치단체 본청과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보통교부세를 합산한 것이다. 지역별 감소율은 추계상 약 30.2%로 같지만 기존 배분 규모에 따라 감소액이 달라진다. 다만 올해 재정부족액과 배분 비중을 그대로 적용한 비교용 추계여서 내년 실제 교부액을 예측한 수치는 아니다. 내년 재정수요와 수입, 정산 결과 등에 따라 지역별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기금을 신설하려는 목적은 일시적인 세수 호황에 따른 재원을 적립해 재정수입의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투자에 활용하는 데 있다.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세수가 급증할 때 지출을 크게 늘리면, 향후 세수가 줄어들 때 사업을 급격히 축소해야 할 수 있다. 지방정부도 이런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쟁점은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재원과 결정권을 얼마나 보장하느냐다. 교부세 증가분 일부를 지방정부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해 세입 감소기에 사용하거나, 지방기금을 공동으로 전문 운용하는 투자풀을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역성이 높은 중앙정부 사업과 사무를 재원과 함께 지방으로 넘기면 지방의 권한과 책임을 함께 확대할 수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정부의 일반재원을 중앙정부 기금으로 이전하는 방식은 재정분권의 진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변경하기 전에 지자체별 재정효과를 공개하고 지방정부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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