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벌어진 예술품 도난 사건
나치 약탈부터 현대 미술관 절도까지
“그림을 잃는 것은 문화 일부를 잃는 일”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사실 오랜 세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11년 8월 어느 날,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한 벽면을 채우고 있던 ‘모나리자’가 모습을 감췄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수 작업이나 대여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란 착각은 곧 도난이라는 현실로 드러나며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잡지와 신문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사람들은 ‘모나리자’가 걸려 있던 빈 벽이라도 보려고 박물관으로 몰려들었다. 절도범은 박물관에서 일하던 이탈리아인 잡역부였다. 그가 체포되고 ‘모나리자’가 루브르로 돌아오기까지 약 3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명성이 드높아진 ‘모나리자’는 이틀 만에 최소 12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오늘날 ‘모나리자’의 명성은 그렇게 도난으로 완성됐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수지 호지의 저서 ‘도둑맞은 미술관’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24건의 도난 사건을 따라가며, 어떤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사라졌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좇는다. 책이 다루는 작품 중에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해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반 고흐의 그림,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걸작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사실 미술품 절도는 도둑들에게 꽤 매력적인 범죄다. 운반과 은닉이 비교적 쉬운 반면, 값어치는 때로 천문학적 수준에 이른다. 21세기 초 미 연방수사국은 매년 전 세계에서 도난당하는 미술품 가치를 40억~60억 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8조3000억원)로 추산했다. 미술품 절도는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무기 암거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범죄유형이다. 저자는 “오늘날 도난당한 미술품 중에서 10만이 회수되고 있다”고 짚는다.
역사상 가장 대규모이자 조직적인 예술품 강탈은 나치 독일이 자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역에서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은 65만 점. 그들은 ‘미술품 보호’를 내세운 특수부대까지 동원해 작품을 압수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이렇게 모은 컬렉션으로 총통 박물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저자는 빈 미술 아카데미에서 두 번이나 입학을 거부당한 뒤 당대 화가들을 시기하며 살았던, 단조로운 미술 취향의 히틀러를 “실패한 예술가”라고 꼬집는다.
역사상 가장 많이 도난당한 예술품으로는 벨기에 헨트 성 바보 대성당의 ‘헨트 제단화’가 꼽힌다. 위베르트 반 에이크와 얀 반 에이크 형제가 그린 이 12폭 제단화는 600년 가까이 도난은 물론 칼뱅파의 폭동과 1차 세계대전의 수난까지 모두 겪어냈다. 결국 1930년대 초 패널 일부인 ‘정의로운 재판관들’이 도난당했고,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이어 2010년 파리 현대미술관에서는 ‘스파이더맨’이라 불린 도둑에 의해 피카소와 마티스 등의 작품 5점이 사라졌고, 201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와 모네 작품을 포함한 7점이 도난당했다. 두 사건 모두 범인은 잡혔지만 작품은 끝내 되찾지 못했다.
놀라운 건 이들이 하나같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의 공백을 틈타 대담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걸작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의 손에 거칠게 뜯겨 나갔다. 두 차례나 도난당됐던 뭉크의 ‘절규’가 처음 사라졌을 때, 범인들이 남겨놓은 “당신들의 형편없는 보안에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는 당시 보안 의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은 미술품 도난 사건이 일어나면 많은 이들은 ‘얼마짜리’ 작품이 사라졌는지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반면 저자는 그림 한 점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잃는 것은 값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저자는 “미술품은 즐거움을 주고, 다른 사람의 삶과 관점을 들여다보게 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며 “그러므로 미술품이 도난당할 때 도둑이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미술품을 도둑맞는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일부를 빼앗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도둑맞은 미술관/수지 호지 지음·안진이 옮김/현대지성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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