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같은 BMI라도 질병 위험 달라…지역·저소득층 치료 격차
고위험군부터 보장 확대 요구, 정부 “2차 비만 종합대책 검토”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비만을 개인의 체중 관리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국가 경제의 부담도 함께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내 성인 비만의 질병·사회경제적 부담과 치료 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학계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와 결근, 업무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 등을 합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3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같은 BMI라도 위험도 제각각…“위험도 따른 치료가 사회적 비용 낮춰”
동일한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비만 환자라도 실제 건강 위험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약 35만명을 분석한 결과 20.8%가 과도한 체지방과 함께 건강 이상이 나타난 ‘임상적 비만’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흔히 1단계 비만으로 묶이는 BMI 25~29.9에서도 고혈압·혈당 이상 등 질환을 동반한 임상적 비만과 아직 뚜렷한 질환이 없는 ‘전임상적 비만’ 등이 섞여 있었다. 이 교수는 “같은 1단계 비만 안에서도 서로 다른 표현형을 보인다”며 “BMI만으로 실제 질병 부담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별도 건강검진 자료를 추적한 결과 임상적 비만군은 비만이 아닌 집단보다 향후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26% 높았다. 반면 젊은층에서는 아직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은 전임상적 비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 교수는 “젊은 연령에서 빠르게 개입하면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았다. 국내 성인 비만 환자 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80%가 체중 감량을 시도했지만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응답은 8.5%에 그쳤다. 최근 6개월 내 항비만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도 BMI 35 이상 3단계 비만 환자조차 약 30%에 불과했다.
이런 치료 공백이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비와 결근, 업무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 등을 합친 성인 비만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연간 23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20~40대의 비만 증가가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요 환자부터 보장해야”…정부 “2차 종합대책 본격 검토”
학계와 환자·청년단체에서는 모든 비만 환자를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 건강 위험이 높은 환자부터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증·합병증 동반 비만 환자와 저소득층,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거주자 등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도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만 소비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며 “모든 비만인에게 GLP-1 제제를 당장 급여화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 위험도를 기준으로 특정 집단부터라도 급여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청년층에서는 아직 합병증이 뚜렷하지 않아 관리체계 밖에 머무는 비만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어떤 청년이 기존 관리체계에서 빠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리가 필요한 청년에게 실제로 닿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건강 위험이 확인된 청년에게 개인의 관리만 요구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비만 관리 정책의 재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정혜원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사무관은 “1차 종합대책 종료 이후 2차 종합대책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정책 연속성의 공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2차 비만 종합대책 추진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솔직히 속이 좀 탄다. 정부도 하겠다고 하는데 실행은 늦어지고 있다”며 “합병증을 동반한 비만이나 고도비만이 병이라는 데는 다 동의한다. 병이면 치료해야 하고 치료하려면 건강보험에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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