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거래 일반투자자 연간 순매수 1억원 제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자기자본 40억원 요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토큰증권이 내년 2월 4일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조각투자를 넘어 사모 MMF(머니마켓펀드)·채권·비상장주식 등 기존 증권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공모 조각투자부터 토큰화를 시작해 공모증권으로 범위를 넓히고, 최종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증권과 매매대금 결제까지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조각투자에 머물던 토큰증권 인프라를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증권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록 사모MMF ‘BUIDL’, 홍콩의 녹색국채 토큰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증권의 토큰화가 확산하는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토큰증권은 주식·채권 등 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를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을 그대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 전자증권은 발행·유통·권리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지만, 토큰증권은 분산원장에 맞는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주식처럼 의결권·배당·신주인수권·증자·감자 등 권리가 복잡한 증권을 처음부터 토큰화하면 시스템 구축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첫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구현하기 쉬운 상품부터 실제 시장에서 시험한다. 내년 2월 법 시행과 함께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를 토큰화하고, 비상장주식은 신탁방식을 이용해 토큰증권으로 발행한다. 권리관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공모 조각투자증권도 이때부터 토큰화한다.

비상장주식은 주식 자체를 새로 토큰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원이나 신탁업자에 맡기고, 그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권을 ‘비상장주식 신탁 수익증권’으로 만들어 토큰증권으로 발행한다. 주식의 의결권·배당 등 원래 주식에 붙어 있는 권리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에서는 신탁 수익증권의 권리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2단계부터는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공모증권으로 범위를 넓힌다. 1단계에서 실제 상품을 토큰화해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를 확인한 뒤 공모 채권·MMF 등으로 확대한다. 상장주식도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토큰화 모델을 검증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토큰화 파일럿 프로그램을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에서는 증권 매매대금의 결제까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지금은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는 분산원장에 기록하지만 매매대금은 기존 예탁결제원 시스템을 통해 결제한다. 이후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해 증권의 이전과 매매대금 결제를 모두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다.

유통은 기존 자본시장 인가체계를 활용한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매매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기존 인가 범위에서 토큰증권을 중개·매매할 수 있다. 현재 본인가 심사가 진행 중인 장외거래소가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려면 금융감독원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 채무증권은 장외거래소의 새로운 인가 단위를 만들고, 일반투자자는 거래소별로 연간 순매수액 1억원까지 거래할 수 있다.

발행 단계에서는 금융회사가 아닌 사업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직접 계좌관리기관이 될 수 있다. 자기자본 40억원 이상을 갖추고 계좌관리·내부통제·전산 분야 전문인력을 확보하면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조각투자에서는 한 종류의 자산을 여러 개 묶어 상품을 만드는 길도 열린다. 기존에는 하나의 기초자산을 중심으로 조각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앞으로는 같은 종류이고 같은 권리를 가진 자산을 묶는 ‘풀링(pooling)’을 조건부로 허용한다. 다만 개별 자산의 가격·위험·수익구조를 따로 공개하고 부실자산을 포함하지 않는 등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래에 발생할 매출채권도 조건을 충족하면 조각투자 기초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물품공급이나 매매계약이 체결돼 있어 권리를 특정할 수 있고 가까운 시일 내 해당 권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신용보완 등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도 갖춰야 한다. 공모 조각투자의 1인당 청약한도는 3000만원과 발행금액의 5% 중 작은 금액을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국제 표준특허를 활용한 조각투자는 추후 검토한다. 특허권을 실제로 쉽게 처분할 수 있는지, 특허풀의 로열티 징수·분배가 자본시장법상 신탁에 해당하는지 등을 추후 따져본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투자계약증권도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다. 공유지분형은 증권계좌 이전과 실제 소유권 변동을 연계해 유통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사업형은 발행인 파산 등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