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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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수천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네팔 대홍수 당시 주변 가옥들이 휩쓸려간 가운데 홀로 버텨낸 주택 한 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집주인 가족의 생명을 지킨 이른바 ‘기적의 초록집’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누와코트 지역 둥게 바자르에 있는 피아쿠렐 가족의 초록색 주택은 최근 대홍수 당시 거센 물과 진흙, 잔해가 일대를 덮쳤는데도 건물 전체가 붕괴하지 않고 남았다.

누와코트 지역에서만 1200채가 넘는 주택이 완전히 파괴됐고 1000채 이상이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초록집은 주변이 진흙과 잔해로 뒤덮인 가운데 홀로 모습을 유지했다.

집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관심도 커졌다. 구글 지도에는 이곳이 ‘홍수에도 끄떡없는 집(Flood Proof House)’으로 표시됐고, 도로가 일부 복구된 뒤에는 직접 집을 보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까지 이어지고 있다.

3층 발코니서 1시간 넘게 버텨…물 빠지자 탈출

홍수가 닥칠 당시 피아쿠렐 가족은 3층 발코니로 몸을 피했다. 물과 진흙, 각종 잔해를 품은 급류가 건물을 끊임없이 때리는 가운데 가족들은 한 시간 넘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급류가 더욱 높아지자 가족들은 지붕으로 올라갔다. 이들이 위태롭게 건물에 남아 주변이 쓸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영상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수위가 낮아지자 이웃 주민들이 금속 파이프 등을 이용해 임시 사다리를 만들었고, 가족들은 이를 타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현장을 찾은 지역 주민 비슈 마니 리말은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며 “나는 그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1%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이 빠진 뒤 집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층과 2층은 기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파손됐다. 반면 3층 발코니에는 세탁기와 빨래 더미가 그대로 남았고, 지붕 위 물탱크와 태양열 온수기, 작은 가족 사당 등도 온전한 모습을 유지했다.

주변은 사라졌는데 왜 버텼나…“기둥을 암반 깊숙이 고정”

집 한 채만 급류를 견딘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집 주변에서 급류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돌출된 능선이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면서 물과 잔해의 충격을 일부 줄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의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집주인 피아쿠렐은 “이 집은 1995년 단층으로 지어진 후 증축된 건물”이라며 “집의 기둥을 암반 깊숙이 뚫어 고정했기 때문에 집이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이 집은 처음에는 1층짜리 건물로 지어졌지만 이후 가족의 사업이 커지면서 층을 계속 증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아쿠렐은 건물 기둥을 암반에 깊이 고정한 점이 붕괴를 막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한 한 가지 요인이 집을 살렸다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집 자체는 살아남았지만 가족이 입은 피해는 적지 않다. 1·2층에 있던 물건 대부분이 사라졌고 시민권 증명서와 여권, 토지 등록서류 등 가족의 주요 문서도 홍수로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초록집은 폐허가 된 지역에서 보기 드문 생존의 상징이 됐다. 대홍수가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나도록 네팔에서는 1100명 넘게 숨지고 수천 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등 피해가 계속 집계되고 있다.

이번 ‘기적의 초록집’ 사례는 극한 홍수와 산사태에 노출된 지역에서 건물의 입지와 기초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와 산악 지형이 불안정해지면서 극단적인 재난 위험이 커지는 만큼, 피해 지역 재건 과정에서는 단순히 무너진 집을 다시 짓는 것을 넘어 급류의 흐름과 지반, 기초 깊이 등을 고려한 재난 대응형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