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하루새 1.2%↑…10년물금리 24년만 최고
日銀 금리인상 확실시…통화정책 정상화 주목
엔화 가치가 8일 반 년 만에 달러당 153엔대까지 치솟으며 지난 7월 일본과 미국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직후 기록했던 고점을 넘어섰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 당국의 엔저 억제 의지도 엔화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 수준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30년에 걸친 초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엔화와 채권시장이 동시에 재평가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53.48엔까지 상승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약 6개월 만의 엔화 강세·달러 약세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6일 오후 5시 기준 달러당 155.5엔대에서 움직였지만 이틀새 2엔 넘게 떨어졌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미국의 휴일로 거래가 한산해지면서 시장 움직임이 과장됐다고 분석했고, 다른 이들은 달러당 155엔이라는 주요 지지선이 무너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155엔선은 지난 4월 말~5월과 7월 엔화 매수 외환시장 개입 당시에도 뚫지 못했던 심리적 분기점이었다. 이 선이 무너지자 엔화 매수세가 한층 가속했다. 실제로 달러당 155엔 아래에 설정돼 있던 대규모 손절매 주문이 발동됐고, 옵션 딜러들도 달러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엔화 상승폭이 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투기자금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자들까지 엔화 강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카타 유스케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자금외환부 선임조사역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중장기 관점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까지 엔화 매도·달러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는 등 시장의 모멘텀(추세)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한때 달러당 160엔을 넘어섰던 엔화가 불과 며칠 만에 153엔대까지 빠르게 반등한 데에는 오는 17~18일 예정된 일은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진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후에도 약 3개월에 한 차례 정도의 속도로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최종적인 정책금리 수준인 ‘터미널 레이트’가 기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일 당국이 엔저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이 단호한 시장·통화정책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석 채권전략가는 “매달 초 장기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자금 흐름이 활발해지는 점 역시 엔화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 이른바 ‘유사시 달러 매수’ 수요가 줄어든 점도 엔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호르무즈해협 임시 항로를 둘러싼 오만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르면 수일 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엔화뿐 아니라 일본 국채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안정적인 채권시장 중 하나로 꼽혀온 7조5000억달러(1경83조7500억원) 규모의 일본 국채시장에서도 금리 상승과 각종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 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3%에 도달했다.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한 데에는 일은의 금리 인상 기대와 국채 매입 축소, 재정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물가상승률이 일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가 추가 긴축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면서 국채 매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줄어든 점도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랫동안 일본 국채시장의 최대 매수자였다. 경기 부양과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수년간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였고, 2010년 전후로 매입 규모를 빠르게 늘려 2023년에는 전체 일본 국채 발행 잔액의 약 54%를 보유했다. 중앙은행이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낮아진다.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준 일본은행의 일본 국채 보유액은 1년 전보다 47조8000억엔 감소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문제는 일본은행이 빠져나간 자리를 민간 투자자들이 충분히 채우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시중은행과 생명보험사 등 민간 투자자들은 국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 수요도 약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도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는 최근 2041년까지 14년간 370조엔(약 3228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경제 로드맵을 내놨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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