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관, 항소기회 잃고 퇴직

퇴직수당·연금 감소분 배상 청구는 기각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담당 변호사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항소 기회를 잃은 전직 경찰관에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6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이날 전직 경찰관 A씨가 담당 변호사 B씨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던 2023년 9월 2일 오전 2시57분께 부산 강서구 한 도로에 정차된 승용차 운전석에서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다른 경찰관들에게 발견됐다.

A씨는 음주 측정을 거부했고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같은해 11월 B씨가 소속된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겼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임의동행과 음주 측정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2024년 7월 17일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 직후 B씨에게 항소장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는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결국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4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 A씨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당연퇴직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퇴직수당과 퇴직급여도 감액됐다. 이에 A씨는 변호사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데다 1심에서도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감형 변론을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퇴직수당 감소액 4000여만원, 퇴직연금 감소분 4억5000여만원, 위자료 5000만원 등 모두 5억4326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우선 B씨가 1심에서 무죄 주장에 집중하고 감형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변호사로서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통상의 변호사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요구되는 수준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A씨가 항소심 법원에서 1심 판결에 대해 다시 판단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퇴직수당과 퇴직연금 감소분까지 변호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제때 항소했더라면 2심에서 금고 미만이 선고돼 퇴직연금 감액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변호사의 실수로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아예 잃은 데 따른 정신적 손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청구권은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이라며 “변호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항소기간을 준수할 수 있었던 점과 1심 판결의 항소심 변경 가능성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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