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고용허가제 신청… 고용부 “미달 걱정”
불황에 외국인 수요 둔화, 직접고용 부담까지
언어·숙련도·이직 “허가 확대보다 매칭 개선 먼저”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한명 더 쓸 여력도 없어요. 고용허가제는 외국인을 거의 모셔야하는 수준이라 부담이 커요”
경남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정작 새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신청은 줄어드는 추세다. 불경기 탓에 ‘일감’이 줄어들며 채용 여력까지 줄어든데다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교육을 시켜야하는 등 제반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서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올해 4회차 외국인 근로자(E-9) 신규 고용허가 신청을 받는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 등이 정부 허가를 받아 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제도다. 이번 배정 규모는 총 1만2357명으로 ▷제조업 9020명 ▷농축산업 1906명 ▷어업 897명 ▷건설업 394명 ▷서비스업 140명 등이다.
신청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경우엔 사업장별 점수에 따라 배정 우선순위도 가리지만, 올해는 이 같은 ‘점수 경쟁’이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1~3회차는 모집 규모보다 신청이 적거나 가까스로 채웠고, 신청한 사업장은 모두 외국인력을 배정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직후 인력난이 심해지며 잠깐 신청이 늘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줄고 있다. 4회차에도 신청이 미달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배정 신청이 저조한 원인으로 제조업 불황을 지목한다. 부산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기계나 표면처리, 용접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외국인을 많이 써왔다”며 “그런 업체들이 요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인원을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도 “예전에는 점수 경쟁이 치열해 외국인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신청하면 웬만하면 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주 입장에선 외국인 채용 후 따라붙는 각종 규제도 부담이다. 사업주는 숙소와 보험, 각종 신고부터 근로자의 현장 적응까지 챙겨야 한다. 한 사업주는 “외국인 4명을 쓰는데 올해만 두 번째 점검을 받았다. 직원 숙소에 시스템에어컨과 인덕션까지 설치하고 1인 1실로 운영하고 있다”며 “외국인 직원들이 무리한 복지를 요구해 고충을 겪는 사례도 많이 봤다”고 했다.
현장에선 이런 부담 탓에 ‘고용허가제보다 인력업체 등을 통해 외국인을 채용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용부터 교육·숙소·생활관리까지 사업주가 책임지는 직접고용과 달리 인력 운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허가 규모를 늘릴수록 오히려 불법·간접고용 수요가 커지는 ‘고용 확대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노비즈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제조·생산직은 외국인 근로자가 실제 업무와 기술을 익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기간 기업은 교육과 관리 비용을 부담하면서 신규 근로자의 낮은 초기 생산성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용 단계에서 비용을 줄일 만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이노비즈협회 제공 자료에서 사업주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한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실제 현장에 적합한 인력을 충분히 선별할 수 있는 선택 폭이 제한적이고, 근로자의 업무 경험이나 숙련도, 직무 적합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을 전했다.
특히 한국어 시험 성적과 실제 소통 능력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불만이 크다. 한 사업주는 “그동안 만난 외국인 근로자 30여명 가운데 한국어로 원활하게 소통한 사람은 5~6명 정도”라며 “한국어 소통이 잘 되는 외국인을 뽑기가 복불복”이라고 표현했다. 이어“현지에서 돈을 주고 한국어 시험지를 구해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근로자에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숙련된 이후에는 이직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E-9 근로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한 사업주는 “기업이 수년간 교육해 숙련공으로 키운 근로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면 다시 신규 인력을 채용해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노비즈협회 자료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3~4년에 걸쳐 숙련시킨 뒤 이직할 경우 기업이 투입한 교육비를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장 애로로 꼽혔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력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 비수도권 제조업체의 사업장별 추가고용 한도를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순히 ‘더 많이 뽑을 수 있게 하는 것’보다 채용·관리 비용을 줄이고, 기업이 필요한 숙련도와 언어 능력을 갖춘 근로자를 골라 채용할 수 있도록 매칭 체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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