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 4000만원 보상금 지급 합의
“원가 개선으로 중국산 저가 공세 타개”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 강력 규탄 시위
지역사회 “노동자 권리 자제” 요청하기도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올해 임금협상에서 1인당 4000만원 이상의 보상성 금액 지급에 합의한 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 하락 개선책으로 협력업체에 큰 폭의 원가절감을 요구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 ▷경영성과금 400%에 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에 보상성 금액까지 합쳐 조합원 1인당 4084만원의 인상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안으로 추산하면 ▷기본급 120만원(10만원×12개월) ▷성과금 2838만원(평균연봉/12개월×월기본급 65% 가정) ▷일시금 1270만원 ▷주식 585만원(보통주 15주×39만원 가정) ▷복지포인트 50만원으로 인상액은 4863만원에 달한다.
회사로서는 임금협상 결과가 비조합원과 관리직 등 전체 직원의 임금·성과보상 체계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대차 노조는 해마다 증가하는 매출액을 근거로 임금 인상과 성과금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임직원의 연간 평균 급여는 사업보고서 기준 ▷2021년 9600만원 ▷2022년 1억200만원 ▷2023년 1억1520만원 ▷2024년 1억2400만원 ▷2025년 1억3114만원으로 연평균 8% 상승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3.28%의 2.5배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5.6%(매출 117조6106억원) ▷2022년 6.9%(매출 142조5275억원) ▷2023년 9.3%(매출 162조6636억원) ▷2024년 8.1%(매출 175조2312억원) ▷2025년 6.2%(매출 186조2545억원)로 2023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영업이익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저가 공세를 꼽고 있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는 8월 현재 국내 수입차시장 점유율 10.1%로 ▷테슬라(34.9%) ▷BMW(20.7%) ▷메르세데스-벤츠(13.5%)에 이어 4위에 올라서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 ▷배터리·전기차 핵심부품 자체 생산 ▷낮은 제조원가 ▷공격적인 차량 가격으로 단숨에 국내시장을 잠식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6107대를 판매한 뒤 올해 상반기에만 1만1675대를 판매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나 감소한 31만6713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자동차는 이처럼 해마다 임금교섭 부담에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겹치자 타개책으로 ‘협력사에 대한 원가절감 요구’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지난 4월 1차 협력사 364개사에 내년까지 ‘원가절감 계획안’ 제출을 통보해 협력사에는 커다란 경영압박이 되고 있다.
하위 협력사들은 이 같은 원가절감 요구가 공정개선과 기술혁신 한계로 1차 협력사에서 2차, 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단가 후려치기’로 흐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가절감 부담이 하위 업체로 전가되면 수익성 악화로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1·2·3차 협력사는 3000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울산 지역 37개 부품계열사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지부장 김기호)는 지난 9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원청의 교섭 쟁취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규탄하는 3차 파업대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 조합원들은 “이미 단가인하(CR)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20% 원가절감을 요구하면 협력사에는 인력 감축과 임금·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진다”며 원가절감 개선안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3차 협력사 대표는 “지금까지 원청에서 시작된 원가절감 요구는 당연히 하위 협력사로 전가돼 왔다”며 “영업이익은 고작 2~3%인데 원자재값 등 고정비 부담에 원가절감까지 떠안게 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지역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임금교섭 때마다 중소업체들은 살얼음을 걷고 있다”며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있는 것처럼 노동자 권리를 자제하고, 국가도 기업이 잘 되면 그만큼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만큼 파격적인 기업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cityblu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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