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뇌관’ 된 해외 레버리지

국내 상장 14종 총액 7조1948억원

홍콩·미국 9종은 약 8조6849억원

현물·선물·옵션시장까지 거래 연결

국내 수급·변동성 증폭 통로 가능성

한은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 초래”

해외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국내 상장 상품 규모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국내 상장 상품에 진입 장벽을 높이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해외에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국내 증시 수급의 유일한 버팀목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도 이미 단 3주 만에 예정 물량의 절반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이면 자사주 매입 수급 공백도 예상된다. 수급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늘어난 레버리지 수요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헤지 거래를 거쳐 국내 현·선물시장 수급과 변동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9종의 AUM은 8일 기준 총 64억4914만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8조7127억원이다.

이는 국내 상장 상품 규모를 상회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4종의 AUM은 7조1948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상장 상품의 자산 규모가 국내보다 약 1조5000억원 더 크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홍콩 상장 ETF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맥스 2배 레버리지’의 AUM은 48억9787만달러로 해외 상품 중 가장 컸다.

‘CSOP 삼성전자 데일리 맥스 2배 레버리지’의 AUM은 10억1570만달러다.

두 상품은 세계 최초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이다. 지난 5월에는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처음 상장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7월부터 여러 운용사가 관련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이 가운데 ‘그래나이트셰어즈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의 AUM이 2억3237만달러로 미국 상장 상품 중 가장 컸다.

이어 ▷‘프로셰어즈 울트라 SK하이닉스’(9430만달러) ▷‘레버리지셰어즈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9201만달러) ▷‘티렉스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 타깃’(4616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SK하이닉스 불 2배’(4251만달러) ▷‘코기 SK하이닉스 2배 데일리’(2764만달러) ▷‘트레이더 2배 롱 SK하이닉스 데일리’(58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파생상품 거래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개인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면서 수급 쏠림도 강화됐다.

문제는 국내보다 더 커진 해외의 레버리지 투자 규모이다. 해외 운용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운용하려면 글로벌 금융기관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 거래를 활용한다. 거래 상대방인 금융기관은 위험을 헤지하고자 국내 현물과 선물·옵션 등을 사고판다. 해외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수요가 이 같은 헤지 거래를 거쳐 국내 증시 수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단계나 파급력으로 보자면 오히려 국내 상장 상품보다 더 복잡하고 클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운용사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스왑 거래를 하면 IB는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맞춘다”며 “외국인 수급이 국내 주식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국내 상품보다 해외 상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도 “최근에는 반도체주 변동성이 줄면서 시장도 진정된 모습이지만 해외 레버리지 상품을 통한 수요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국내 상품의 진입 장벽만 높이는 방식으로 전체 시장의 변동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문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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