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 요충지 점령 ‘이중병목 위기’

물가상승 우려에 30년물 19년래 최고

브렌트유 이어 WTI도 100달러 돌파

이란발 중동 전쟁의 충격이 국제유가를 넘어 미국의 물가와 금리를 강타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핵심 길목까지 진격하면서 원유 공급 불안이 한층 커졌다. 여기에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세까지 가팔라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10년물 금리는 5% 선에 육박했고, 30년물은 19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10일(현지시간)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6.8bp(1bp=0.01%포인트)가량 오른 5.36%까지 상승했다.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기록한 5.33%대 고점을 다시 넘어섰다.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장중 4.96%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5%선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슐러 파이낸셜그룹의 톰 디 갈로마 전무이사는 “10년물이 4.95% 수준을 넘어서면 5%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9.12bp 오른 4.52%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를 밀어올린 직접적인 불씨는 다시 고개를 든 인플레이션이었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7월의 0.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4% 올라 시장 예상치 5.3%도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한 달 새 4.2% 뛰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6.69% 급등한 배럴당 102.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브렌트유 11월물도 6.34% 오른 107.63달러로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유가를 밀어올리는 진원지는 이란을 중심으로 아라비아반도 양쪽에서 동시에 번지는 원유 수송 위기다.

미·이란의 공격이 재개되면서 전쟁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은 다시 급감했다. 10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7척에 그쳐 최근 10일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를 ‘비상 출구’로 사용해온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옮겨 하루 수백만배럴씩 수출해왔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홍해 연안의 핵심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전략적 요충지인 하니시 제도까지 진격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경우 사우디가 호르무즈를 우회해 확보한 원유 수출로까지 위협받게 된다.

특히 예멘 정부와 이란·역내 소식통들은 이번 후티의 해안 진격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아 이뤄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후티는 이미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한 상태다. 호르무즈에 이어 아라비아반도 반대편 바브엘만데브까지 원유 수송 차질이 확대될 경우 이란발 공급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시장은 이 같은 유가 충격이 연준의 통화정책까지 바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62%에서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몰리 브룩스 TD증권 미국 금리 전략가는 “PPI 발표 전에는 밤사이 급등한 유가가 시장을 주로 움직였다”며 “PPI 헤드라인 수치는 예상에 부합했지만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반영되는 일부 항목은 시장 예상보다 다소 강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현금 지급 공약도 장기물 금리의 추가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11월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부채가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1조달러 이상의 재정 부담이 추가될 경우 국채 발행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P글로벌에너지는 “원유 시장은 공급 차질 위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장기적인 ‘뉴노멀’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원유 수송 불안이 확산하면서 중동발 공급 차질을 단기간에 해소될 지정학적 충격이 아니라 국제유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구조적인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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