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11일 추경안 처리…청년 50만명 대상 ‘AI 성장권’ 예산 56억2500만원 전액 삭감
민주당 주도 조례·결의안 잇달아 통과…연말 내년도 예산안 심사 앞두고 서울시와 긴장 고조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제12대 서울시의회 의장 취임 후 처음 이끈 임시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청년 AI 성장권’ 지원 예산 56억2500만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청년 50만명에게 고급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권을 지원하려던 관련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해당 예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살아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올라왔다.
추경안은 재석 의원 101명 가운데 찬성 63명, 반대 37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예산안은 여야 협의를 거쳐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첫 임시회부터 여야가 찬반으로 확연히 갈리면서 향후 서울시와 시의회의 협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특히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만균 의장으로서는 부담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정책 기조와 의원들의 요구를 존중하면서도 서울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의장의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임 의장과 성흠제 부의장 등 시의회 지도부도 이번 예산 삭감으로 서울시와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회는 예산안에 대한 심의·삭감 권한을 갖고 있지만, 예산 편성권은 서울시에 있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연말로 예정된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에서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서울시의원은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할 사안도 아닌 만큼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 예산을 삭감하는 수준에서 절충할 수도 있었다”며 “전액 삭감으로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가 경색되면 내년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명분만큼 타협과 조정이 중요하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서로 한 발씩 물러서지 않은 채 강경 대치를 이어갈 경우 결국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년 AI 성장권 사업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도 변수다. AI 활용 역량이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한 20·30대 청년층의 반응도 민주당과 시의회가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다만 민주당은 사업 설계가 충분하지 않고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서울시가 사업 대상과 지원 방식, 효과 검증 방안 등을 보완할 경우 재논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안건들도 잇달아 통과됐다.
시의회는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중증장애인에게 권익 옹호와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 개선 등의 업무를 제공하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제도적 근거를 되살리는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TBS 정상화 촉구 결의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첫 임시회부터 오 시장의 핵심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고 민주당 주도 안건은 잇달아 통과되면서 서울시와 시의회 사이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무조건 반대도, 무조건 협력도 아닌 시민을 기준으로 하는 의회’를 강조해온 임만균 의장이 여야와 서울시 사이에서 어떤 조정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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