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력은 멈춘 게 아니다…경험을 다시 일자리로”
AI·디지털 직무교육 확대…취업 이후 경력유지까지 지원
경력보유여성 관점 강조…“여성 삶 중심에 둔 일자리 정책 필요”
창업·지역 맞춤형 일자리까지 연결…“다시 일하고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일을 쉬었던 시간은 능력이 사라진 시간이 아닙니다. 그 시간에도 책임감과 소통, 조정 능력은 쌓입니다.”
김보람 서울시북부여성발전센터장은 11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여성의 재취업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력단절여성’보다 ‘경력보유여성’이라는 관점에서 기존 경험과 역량을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 돌봄 등으로 노동시장을 떠나 있던 기간을 단순한 ‘공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쌓은 전문성과 생활 속에서 축적한 역량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생각이다.
센터는 직업교육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과 취업, 창업, 경력유지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지원체계를 넓히고 있다. 여성들이 새로운 직무에 진입하고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시대, 디지털 역량이 재취업 경쟁력”
직업교육은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재편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 마케팅, AI 기반 직업상담,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 이커머스 창업, 디지털 콘텐츠 제작, K-뷰티·웰니스 등 AI·디지털 기반 직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가장 위험한 것은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기술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 교육도 단순한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시장조사와 고객 분석, 브랜드 기획,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 실제 업무 과정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야 직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력보유여성에게 디지털 역량은 노동시장 재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경력에 새로운 기술을 더해 다른 직무로 확장할 수 있어야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폭도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재취업 과정에서는 획일적인 교육보다 개인별 경력설계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기존 경력과 적성, 생활시간, 소득 목표 등을 함께 살펴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평가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력 공백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이전 직장에서 쌓은 전문성과 그 기간 동안 축적된 역량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취업은 경력복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경력의 시작”이라며 “몇 명을 취업시켰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일하고 있는지, 고용조건이 나아지고 있는지, 직무 역량이 성장하고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취업 이후 재상담과 추가교육, 재직 여성 대상 리스킬링·업스킬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여성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에 대해서도 유연근무제 도입과 조직문화 개선 등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취업 숫자 넘어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여성 일자리 정책은 지역의 산업과 생활 여건에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북부지역은 교육·의료·복지·돌봄·생활서비스 수요가 크고 대학과 공공기관, 생활밀착형 소상공인이 밀집해 있다. 이에 따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공급하기보다 지역에서 실제 인력이 필요한 분야와 교육·채용을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여성 일자리 정책은 여성을 기존 일자리에 끼워 맞추는 정책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중심에 두고 좋은 일자리를 새롭게 설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집과 일터 사이의 거리가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 안에서 배우고 일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직주근접형 일자리 확대도 필요하다고 봤다. 돌봄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에게 이동시간과 근무형태는 경력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현실적인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여성 창업 역시 교육 자체보다 시장 진입까지 연결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봤다. 사업계획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시장을 검증하고 첫 매출과 판로 확보까지 이어져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창업자에게는 멘토링과 네트워크, 판로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여성 일자리 정책이 단순히 재취업 인원을 늘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여성의 경험이 새로운 직무와 연결되고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다음 기회로 연결해주는 다리”라며 “다시 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오래 일하며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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