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통안채 편입해 결제·담보자산 활용

홍콩 승인 거쳐 역외 발행…플룸과 협력

글로벌 투자자 유치 위한 ‘4%대 수익률’ 과제

이진혁 신한자산운용이사(왼쪽)와 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 부서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원화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의 시작과 자본시장의 기회’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이진혁 신한자산운용이사(왼쪽)와 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 부서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원화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의 시작과 자본시장의 기회’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신한금융이 원화 단기자산을 토큰화한 머니마켓펀드(MMF)를 앞세워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역외에서 상품을 먼저 발행해 사업성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신규 상품 개발과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원화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의 시작과 자본시장의 기회’ 서밋에서 이 같은 사업 구상을 공개했다.

▶원화 MMF를 온체인으로…결제·담보의 ‘첫 레일’=신한자산운용은 원화 단기자산에 투자하는 MMF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는 ‘K-BUIDL(비들)’의 역외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을 편입한 원화 MMF를 토큰화해 온체인 금융사진에서 결제와 담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준비자산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K-비들이 벤치마킹한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 2024년 출시한 토큰화 펀드 ‘BUIDL(비들)’이다. 미국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현금성 자산 등에 투자하는 비들은 온체인 시장에서 담보와 파생상품 증거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첫 토큰화 상품으로 MMF를 선택한 것은 초단기 채권과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돼 기준가격 변동이 낮고 수탁·회계·감사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온체인 금융시장에서 담보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다.

이진혁 신한자산운용 이사는 “MMF는 새로 설계해야 하는 내부 통제 요소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적다”며 “신한은 상품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온체인 금융의 기반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역외에서 발행되는 K-비들에는 해외 기관투자자의 달러 자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이를 원화로 환전하면 신한자산운용이 국채와 통안채 등 단기자산에 편입해 운용한다. 환매 시에는 반대 경로로 이뤄진다.

신한자산운용은 상품 설계와 운용, 내부통제, 규제 준수를 맡는다. 토큰화와 글로벌 유통 과정에서는 글로벌 RWA 플랫폼 플룸과 협력한다. 플룸은 신한자산운용 상품을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여러 블록체인에 올리고 온체인 프로토콜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신한의 첫 MMF 상품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규제 승인을 거쳐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인 플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맥도날드는 지역과 국가에 맞게 상품을 바꿔 시장을 확보해 전체 매출의 60%가 미국 밖에서 발생한다”며 “온체인 시장도 하나의 국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룸은 신한의 자산 토큰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자산에 접근하고 자산 운용 규모와 활용 범위를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토큰화 상품 순수익률 비교. 신한투자증권 자료 갈무리.
글로벌 토큰화 상품 순수익률 비교. 신한투자증권 자료 갈무리.

▶‘해외 기관 겨냥’ K-비들, 수익률 하한선은 4%대=K-비들의 역외 발행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내와 해외 토큰화 시장의 제도화 방향과 속도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는 음원과 미술품, 소형 부동산 등 비정형자산을 리테일에 공급하는 데 집중한 반면 해외에서는 신용자산과 MMF, 국채 등 기관투자자에게 익숙한 상품을 중심으로 토큰화가 이뤄졌다.

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 부서장은 이날 서밋에서 “최근 국내 STO 정책 방향이 발표됐지만 2단계와 3단계는 시행 일정이 특정되지 않은 채 조건부로 열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내년 2월 기관투자자용 사모 MMF와 채권 등을 시작으로 토큰증권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모증권과 온체인 결제까지 넓어지는 2·3단계의 시행 시점은 시장과 제도 여건에 따라 정해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국내 제도가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역외에서 상품을 먼저 발행하고 운용해 활용 사례를 쌓는다는 방침이다. 최 부서장은 “온체인까지 이어지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3단계가 돼야 증권업과 은행업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화는 국내 사업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에 새로운 해외 진출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의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도 사정이 비슷하다. 해외 사업에서 이익이 나는 지역은 미국과 홍콩 등에 집중돼 있고 적자를 내는 해외 법인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 부서장은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거점과 인력, 인프라,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200억원 이상, 많게는 수천억원대 자본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화는 각 회사가 강점을 가진 고객과 상품, 인프라를 협업 형태로 연결해 단시간에 글로벌 시장의 접근 지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신사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한편 역외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수익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비들과 프랭클린템플턴의 벤지(BENJI), 온도파이낸스의 USDY 등 해외 토큰화 상품이 제시하는 수익률은 약 4%대다. 원화 MMF형 상품은 이들과 경쟁하면서 환율 변동 위험까지 보완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최 부서장은 “역외에서 사업을 한다면 현시점의 수익률 하한선은 최소 4%대가 될 것”이라며 “환율 등 여러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만드는 것이 증권사와 은행의 숙제”라고 말했다. 상품의 지속적 발행 능력도 강조했다. 그는 “토큰화의 승부는 무엇을 발행했느냐보다 누가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잘 발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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