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걸프국 ‘호르무즈 회의’ 하루 전 연기
사우디 핵심 송유관 드론 공격에 가동 중단
완전복구 최장 5~6주…에너지시장 중대 위기
장기화땐 세계원유 공급 최대 4% 추가 차질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풀기 위해 14일(현지시간) 열려 했던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외무장관급 회의가 막판 연기된 가운데, 중동 원유 수송로가 ‘3중 봉쇄’ 위기에 놓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쥔 상황에서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세력을 넓힌 데 이어, 호르무즈를 우회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마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다. 사우디가 홍해 얀부항에 쌓아둔 비축유로 현재 수출량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5~7일에 불과한 반면, 송유관 완전 복구에는 최장 5~6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밤 “합의 도출을 위해 내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역내 회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새 회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과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애초 14일 오만 남부 살랄라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의 새로운 안전 항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레인이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일부 역내 국가들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회의는 개최를 하루 앞두고 무산됐다. 이란은 미국이 테헤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적 해법이 늦어지는 사이 사우디의 핵심 원유 우회로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산 원유 구매자와 트레이더들은 지난 11일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동서 횡단 송유관이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홍해 얀부항의 비축유로 현재 수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5∼7일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길이 1200㎞의 동서 횡단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주요 유전 지대에서 생산한 원유를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서부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운반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어 전쟁 이후 사우디의 핵심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최근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400만배럴의 원유가 수송됐다.
그러나 지난 11일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송유관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와 이라크 당국은 공격에 사용된 드론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파악했다. 공격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송유관 피해 규모나 재가동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복구 기간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로이터가 접촉한 소식통들은 복구에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완전한 복구까지 최대 5∼6주가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비축유가 버틸 수 있는 5∼7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송유관 폐쇄가 장기화하면 하루 약 400만배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가 추가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사우디는 이집트에도 원유 재고가 있어 며칠간 추가 공급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송유관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다.
홍해 쪽 위험도 커지고 있다. 후티는 지난 11일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을 장악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를 피해 송유관으로 원유를 홍해까지 옮기더라도 다시 후티의 영향력이 커진 바브엘만데브를 지나야 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선박 공격이 이어졌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13일 해협을 지나던 선박 한 척이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해 선원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도 자국 연안에서 상선 한 척이 공격받아 1명이 숨지고 선원 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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