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韓 AI 쏠림·빚투 우려에 ‘중립’ 하향

7~8월 급격한 디레버리징에 “레버리지 우려 완화”

신흥국 이익 34% 성장 전망…美 20% 크게 웃돌아

PER 10배로 美의 절반…韓·대만 반도체 공급망 주목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 초반 6,660대를 나타내고 있는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살피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9시 2분 현재 전장보다 25.12포인트(0.38%) 내린 6,659.25로, 코스닥은 3.39포인트(0.42%) 오른 810.18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 초반 6,660대를 나타내고 있는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살피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9시 2분 현재 전장보다 25.12포인트(0.38%) 내린 6,659.25로, 코스닥은 3.39포인트(0.42%) 오른 810.18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3개월 만에 다시 ‘비중확대’로 높였다. 지난 6월 한국 증시의 인공지능(AI) 관련주 쏠림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고하며 투자의견을 낮췄지만, 7~8월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진행되면서 관련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14일(현지시간) 블랙록 투자연구소(BII)에 따르면 웨이 리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 등은 주간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블랙록은 AI 투자 확대에 필요한 희소 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견조한 기업 실적이 신흥시장 주식의 초과수익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와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중남미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 등에 필요한 원자재와 인프라 투자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번 결정에서 한국 증시의 변화가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블랙록은 지난 6월 30일 신흥시장 주식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한국 증시의 AI 관련 종목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위험 대비 기대수익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데 이어 여름철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블랙록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이후 한국 증시가 실제로 손실을 겪었고, 여름철 디레버리징이 레버리지 우려를 완화했다”고 밝혔다.

국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6월 24일 38조600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증시 급락과 잇단 서킷브레이커, 반대매매 여파로 한 달여 만에 15.4% 감소했다.

신흥시장 기업의 빠른 이익 증가와 상대적으로 낮아진 주가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블랙록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기업의 향후 12개월 이익은 3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SCI 미국지수의 예상 이익 증가율 20.3%를 크게 웃돈다.

가격 차이는 더욱 크다. 신흥시장 주식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로 미국 주식의 19.9배보다 약 50% 낮은 수준이다. 미국보다 빠른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데도 주가는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블랙록은 신흥시장 현지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 역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반면 단기 유럽 국채는 ‘중립’으로 낮췄다.

다만 고유가와 지정학적 긴장, 높은 차입비용은 변수로 남아 있다. 블랙록은 신흥시장의 빠른 이익 증가와 낮은 밸류에이션이 이 같은 위험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가 향후 투자 판단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재설정되면서 위험을 감수하기 위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어 이익의 지속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흥시장 주식은 이제 높아진 이익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투자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