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오른 서울시 종묘 시뮬레이션
노종면 “2018년 포털 거리뷰와 일치”
초광각 렌즈로 고층 빌딩 크기 왜곡도
현장 애드벌룬 실증도 “보여주기 쇼”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종묘에서 바라본 세운4구역 재개발 이후의 경관을 ‘실제 시야에 가장 가깝게 구현했다’며 서울시가 공개한 3D 시뮬레이션 사진이 실제로는 네이버 로드뷰를 무단 활용한 조작물이라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서울시가 초광각 이미지의 과장된 원근감을 이용해 최고 141.9m에 이르는 고층 건물이 실제보다 작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주장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앞서 공개했던 종묘와 세운4구역 시뮬레이션 사진은 조작”이라며 “오 시장과 서울시가 조작된 사진으로 시민의 눈을 가렸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된 이미지는 오 시장이 2025년 11월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공개한 ‘미래의 세운지구’ 시뮬레이션 사진이다.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세운4구역을 바라보는 가상 사진으로, 재개발 이후에도 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의회에 출석한 오 시장은 시뮬레이션 사진을 직접 들고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이 가장 정확하다”며 “정밀 데이터를 입력하고 3D 기법을 활용해 정전 바로 앞에서 사람이 실제로 서서 체감하는 시야 그대로를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의원은 이날 서울시 시뮬레이션의 배경 이미지가 2018년 촬영된 네이버 로드뷰 사진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구름 모양과 주변 풍경은 물론, 공신당 기둥이 끊겨 보이는 부분까지 같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서울시가 공개한 시뮬레이션 화면의 구름 모양과 정전 맞은편 공신당 건물의 기울어지고 끊겨 있는 기둥 왜곡이 2018년에 찍힌 네이버 로드뷰 사진과 똑같다”며 “초점 거리가 짧아 원근감이 과장되는 초광각 로드뷰 사진을 건축물 시뮬레이션에 사용해 멀리 있는 건물이 실제보다 더 작고 멀어 보이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드뷰 사용 흔적을 지운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제시됐다. 노 의원은 서울시가 네이버 로드뷰 사진 속 고유 표시기를 삭제하고 나뭇가지 부근의 공사 크레인을 지웠으며, 우측 중간의 숲 형태도 바꿨다고 주장했다. 촬영 지점인 상월대 하단의 표시기는 인접 이미지를 복제해 덮어씌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 의원은 또 서울시 경관심의 통합 매뉴얼이 눈높이에서 50㎜ 표준렌즈로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로드뷰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자체 기준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종묘 앞 세운4구역의 고층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갈등이 있다. 서울시는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높이더라도 종묘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축물이 세계유산 종묘의 가치와 주변 경관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며, 개발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 의원은 최근 서울시가 시뮬레이션 공개 이후 진행한 애드벌룬 실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종묘와 세운4구역을 방문해 재개발에 따른 경관 영향을 점검했다. 당시 현장에는 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위치에 맞춰 94m, 99m, 141m, 142m 높이의 애드벌룬 4개가 설치됐다. 이를 살펴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며 국가유산청이 제기한 경관 훼손 우려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시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진을 근거로 애드벌룬 실증 후 ‘경관 훼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서울시가 이미 제시한 결론을 정당화하는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서울시는 가짜 시뮬레이션 사진을 공개한 뒤 약 두 달 후에 애드벌룬을 세운4구역에 띄웠다”며 “10월에도 똑같은 쇼를 벌였는데 이는 교묘한 눈속임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이 앞선 감사에서 해당 자료의 조작 여부를 가려내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는 유네스코가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이자 제의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1995년에 등재한 세계유산”이라며 “정전 앞 제례와 경관의 중요성이 핵심 속성인 만큼 종묘 앞에서 위압감을 주는 행위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ter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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