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확대에 신용위험 지표 사상 최고
3분기 잉여현금흐름 21억2000만달러 적자
매출 26% 증가에도 주가 7% 가까이 급락
빅테크 전반으로 투자금 회수 우려 확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로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했다. 13년 만에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신용위험 지표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23일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2일(현지시간) 114.79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 폭은 7.6bp로 최소 2025년 이후 가장 컸다. CDS는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평가하는 신용위험도 커졌다는 의미다.
메타의 신용위험 지표가 급등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AI 투자 비용이 있다. 메타는 지난 21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올해 자본적지출(CAPEX) 전망치를 기존 1300억~1450억달러에서 1350억~1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는 자금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메타의 현금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억30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메타가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한 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이다. 메타는 3분기 98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지만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다만 9월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 유가증권은 824억5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어 회사의 현금이 실제로 고갈된 것은 아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메타의 3분기 매출은 64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4분기 매출 전망치도 730억~760억달러로 제시하며 시장 기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월가의 관심은 매출 증가보다 AI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집중됐다.
메타가 새로운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회사는 의결권이 없는 C종 보통주를 신설해 내년 1월부터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투자와 인수합병, 인재 확보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추가 주식 발행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시장분석가는 “시장은 AI에 쏟아붓는 막대한 돈이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의 무의결권 주식 신설에 대해 “투자자들은 이를 향후 주식을 추가 발행해 기존 지분을 희석할 수 있는 우회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의 투자 부담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22일 뉴욕 증시에서 메타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상승했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AI 관련 기업들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 주가는 약 4% 떨어졌으며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8% 넘게 하락했다. 네비우스그룹과 아이렌, 어플라이드디지털 등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에도 매도세가 확산했다.
AI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는 메타를 넘어 다른 빅테크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아마존의 CDS 프리미엄 역시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2일 오라클과 알파벳 주가는 각각 2%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3%, 아마존은 3.7% 떨어졌다.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나스닥종합지수는 2.6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보다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 차입에 의존해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기업들은 예상보다 수익 창출이 늦어질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AI 투자에 대한 평가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메타는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효율 개선과 이용자 참여 확대가 이미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저커버그 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의 투자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핵심 사업도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내년에도 AI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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