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데슈판데 의장 인터뷰
“한국, 글로벌 신약 개발 파트너
초기 바이오스타트업 투자 관심
유한양행과 치료분야 협력 기대
MS와 AI 임상 개발…한국 주목”
“한국은 더 이상 단순히 의약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과 혁신에 기여하는 중요한 국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샤샹크 데슈판데 베링거인겔하임 경영이사회 의장 겸 휴먼파마 총괄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 2026)’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1885년 독일에서 설립된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약 278억유로(약 48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제약기업이다. 전 세계 130개 시장에서 약 5만43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데슈판데 의장은 한국의 연구 인력과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바이오기업과의 기술협력 확대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인재와 활발한 투자,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존재한다”라며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이 앞으로 성장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의약품 판매에서 임상시험과 신약 공동 개발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임상시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연구자들의 전문성이 임상시험 설계에도 기여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한국 바이오기업들과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 바이오기업 에임드바이오와의 협력을 꼽았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에임드바이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 ‘BI 4060107’은 지난달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까지 이뤄졌다.
데슈판데 의장은 “에임드바이오와의 협력은 한국 기업들이 혁신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이러한 협력이 실제 의약품 출시로 이어져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국적 관계없이 투자”…韓 스타트업 주목=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베링거인겔하임 벤처펀드를 통해 초기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데슈판데 의장은 “벤처펀드는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도입 계약과는 다르다”라며 “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수년 전의 초기 과학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까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가진 초기 기업들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자금 지원뿐 아니라 임상 개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조언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차이를 두지 않는다”라며 “우리에게 적합하고 의미가 있다면 투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기업 유한양행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양사는 오랜 기간 당뇨병과 심혈관·신장·대사질환 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최근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데슈판데 의장은 “2012년 베링거인겔하임에 합류했을 당시에도 유한양행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였다”라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한양행의 한국 의료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베링거인겔하임의 과학적 전문성이 결합해 성공적인 협력을 이어왔다”라며 향후 협력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MS와 AI 임상 개발 협력…韓 기업과도 협력 가능성=데슈판데 의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주목했다. AI가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규제당국 제출 문서의 작성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율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3상의 평균 성공 확률은 약 70%”라며 “실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AI로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달 22일 마이크로소프트와 AI 기반 임상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양사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 등을 활용해 질병 진행과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디지털 환자 트윈’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한다.
데슈판데 의장은 “데이터와 모델링을 기반으로 임상시험 결과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신약 개발의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AI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며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없지만,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등장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슈판데 의장은 “한국의 제약·헬스케어 혁신이 한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의 혁신이 전 세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더욱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애리 기자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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