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약세장 알리는 거의 모든 경보 울려”

현재 증시, 대공황 직전 ‘광란의 20년대’ 비유

AI 거품·재정적자·사모신용 부실 위험 지적

“AI 기대 꺾이면 수십년래 최악 약세장 가능”

뉴욕증시 이미지 [123RF]
뉴욕증시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약 11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글로벌 증시에 약세장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투기적 거래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상승 동력이 흔들리면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인 ‘포고(FOGO)’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 10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주식시장은 약세장의 도래를 알리는 거의 모든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현재 증시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 직전의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에 비유했다. 당시 미국 증시는 낙관론과 투기 열풍 속에 급등했지만 이후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붕괴를 겪었다.

엘리엇은 ”강세장을 이끈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한두 가지만 혼란이 생겨도 시장의 상승 모멘텀은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가 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포모(Fear of Missing Out)가 시장 급락과 함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포고(Fear of Getting Obliterated)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엘리엇이 경고한 위험 요인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 가능성, AI 투자 열풍에 숨어 있는 거품 등이다.

특히 최근 증시에서 확산한 투기적 거래 행태를 문제 삼았다. 당일 만기가 도래하는 제로데이 옵션 거래와 온라인 투자자들의 관심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밈 주식 열풍 등이 대표적이다.

엘리엇은 이 같은 거래가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근거한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행태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 구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AI 모델 개발사와 인프라 제조업체 사이에서 이뤄지는 순환 투자, 부채에 의존한 대규모 자본 지출, AI 기술에 대한 반발 움직임 등이 향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엘리엇은 AI 서비스의 가격 책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거나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대가 약해질 경우 시장이 역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이 현실화하면 지난 수십년간 나타난 어떤 약세장 못지않게 혹독한 시장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경고는 엘리엇 자체의 투자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나왔다.

약 800억달러(약 110조원)를 운용하는 엘리엇의 펀드 수익률은 지난 9월 말까지 3개월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수익률도 2%에 미치지 못했다.

엘리엇은 시장 상승세를 적극적으로 추종하기보다 손실 위험을 낮추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해 왔다.

엘리엇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폴 싱어와 조나단 폴록은 투자자 서한에서 ”지금은 자본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시장에 혼란이 오면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50년간 엘리엇 역사에서 성과가 저조한 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예외 없이 시장에 격동이 있었고 그다음에 매우 희귀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하방을 방어하면서 매수에 나설 수 있는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보다 시장이 급락할 때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후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할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엘리엇은 AI 열풍과 투기적 거래가 증시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상승세를 이끌어 온 요인 일부만 흔들려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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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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