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줄이고, 오해받을 행동 피하기

-일단 시범케이스 단속 피하기 주력

-기업은 TF통해 김영란법 스터디 나서

-홍보 및 대관사업은 방안 찾기 골몰

-공직사회 등은 오찬ㆍ만찬 모두 취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공식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5일로 1주일을 맞이했다. 지난 1주일간 공직 사회를 중심으로 ‘더치페이’가 일반화되고 ‘저녁 술약속’ 등 접대 문화가 확연히 줄어들며 사회 전반적인 모습이 확 바뀌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청렴 사회로 가는 근본적인 변화 보단 일명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공직사회와 기업 등이 잠시 움츠려드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5일 공직사회 및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한 주간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은 단순한 개인적인 약속까지도 미루는 등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일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기업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를 수 있는 김영란법 위반 행위 가능성에 대비해 저녁 일정은 물론 점심 약속까지도 잡지 않는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는 시행 전부터 시행 후 1주일이 넘도록 김영란법에 관련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실제 위반 사례 및 처벌 사례가 쌓일 때까지는 모든 대외 활동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즉각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카드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과 29일 법인카드 이용 금액을 4주 전 같은 요일(8월 31일ㆍ9월 1일)과 비교한 결과 음식점에서 쓴 법인카드 금액은 4주 전에 비해 8.9%, 주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9.2% 감소했다.

공무원들 역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진=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투명한 사회로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김영란법 시행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이 밀집한 한 골목.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가는 갑자기 한산해졌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사진=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투명한 사회로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김영란법 시행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이 밀집한 한 골목.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가는 갑자기 한산해졌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김모(57ㆍ여) 씨는 “지난주 학부모 상담 당시 김영란법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모가 사온 커피를 거절해 돌려보내느라 다소 민망한 상황을 겪었다”며 “다른 학교에선 가을 소풍을 떠나기 전 담임 교사들이 학부모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교사용 도시락을 준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업계와 공직사회에선 김영란법을 통해 장기적으로 사회에 만연한 접대 문화가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반응을 드러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올 연말까지는 법 시행 추세를 조심스레 지켜본 뒤 내년부터는 홍보 또는 대관 활동을 시작할 방안을 찾아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B사 관계자는 “홍보 및 대관 업무 관련 부서 소속원들은 올 연말까지는 법 시행에 맞춰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지만, 내년도 관련 업무까지 공칠 수는 없다는 분위기며, 이러다가 자신들의 사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들리는 소문에 몇몇 큰 기업에서는 비정기적인 모임 형태를 띈 사실상의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김영란법에 의해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접대 또는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고 했다. C사 관계자는 “귄익위에 각종 사례를 질문해 유권해석을 받는 것과 동시에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홍보 및 대관 업무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수집ㆍ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직 사회의 경우 이번 일을 계기로 접대 문화가 근절될 것이란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경북 지역 공무원인 박모(45) 씨는 “기초 지자체 등에서는 지역 유지와 지역 공무원들이 결탁하는 경우가 사실상 묵인되고 있었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지금껏 세간에 떠돌았던 각종 꼼수들이 모두 위법성을 띠게 됨으로써 접대를 받거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닫혔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기업체를 담당하거나 각종 허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평소 인정에 의한 선물 정도로 생각했던 각종 접대들까지 모두 거절하는 등 모두 조심하는 모습이며,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불편함은 투명한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며, 법 시행 초기 공포가 확산되고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도 법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