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을 갖고 국회에서 신임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임 총리의 권한과 관련해 ‘내각 통할’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이 불거진 이후 정국수습안으로 내놓았던 두 번의 대국민담화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등이 시기와 내용, 절차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는 비판을 샀던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한 셈이다.
▶朴대통령, 새 총리 권한에 대해 명확한 교통정리 없어=박 대통령은 이날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 오늘 이렇게 의장님을 만나 뵈러 왔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장은 “국회에서 적임자를 골라서 추천하면 대통령께서 임명하고 그분에게 권한을 주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주셨는데 나중에 그 문제를 갖고 이런저런 논란 없이 국민들이 보기에 깔끔하게 앞으로 정국이 정리돼야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보장해 그런 취지를 잘 살려나가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통할’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표면적으로 김병준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통할’이란 용어다. 다소 생소한 통할은 행정기관이나 상급자가 하급 행정기관이나 하급자의 행위를 지휘ㆍ조정한다는 의미로 국무총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명시한 헌법 제86조 2항의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에도 등장한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에게 내각 통할권을 주면서도 대통령 보좌 역할에 국한시키겠다는 의도를 담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 뒤 통할이란 표현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정 의장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회동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의 통할 언급이 실제로 내각구성권한 등을 전폭적으로 신임 총리에게 위임하겠다는 뜻인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야권의 주장이 제기됐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드린다는 것”이라면서 “국회 추천 총리가 나오면 당연히 야당 인사를 쓰는 문제도 포함해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가 추천한 내각 인사를 반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반대할 수 있겠느냐”며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권, 시간벌기용ㆍ국면전환용 평가절하=그러나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의 권한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면서 야권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실제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고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국회 추천 총리가 국정 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며 “대통령이 말씀한 문장을 아무리 해석해도 그동안 우리 당과 국민이 요구한 대통령 2선 후퇴, 책임 있는 사과, 국회 추천총리에게 조각권을 줄지에 대해 책임 있는 말씀은 단 하나도 없이 모호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에 합의하라고 던져놓은 시간벌기용”으로 평가절하하면서 “지금 성난 민심은 대통령의 하야, 탄핵, 2선 후퇴를 이야기하는 데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만 하면 그 총리가 무엇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여야 간 합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총리 후보자 추천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교통정리하지 않는 바람에 국면전환용 노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만 셈이다.
청와대의 이날 박 대통령과 정 의장 간 회동 추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 직전까지도 전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를 방문해 타진했다 무산된 박 대통령과 여야대표회담 성사에 미련을 거두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을 발표하면서 여야지도부가 참석하는 방안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장실측은 “어제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이 안되고 있으니 국회의장과 회동을 먼저 하자고 제안해 수용했다”면서 “여야 대표 등 언급은 일절 없었고 여야대표 참석 문제는 오늘 아침에 처음 들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오늘 국회 방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과의 면담”이라면서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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