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의 ‘대충돌’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보수의 심장이자 텃밭으로 불렸던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마저 정당 지지율 1위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부터다. “새누리당 자체를 해체하고 새롭게 태어나야만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비박계의 논리가 공고해지는 지점이다.

그러나 친박계 역시 절박하다. 한때 정치권 일각에서 “강성 친박계 일부가 탈당해 옛 자유민주연합(자민련) 같은 지역 기반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TK 지역의 지지기반마저 무너진 현재는 이마저도 어불성설이다. 친박계의 ‘마지막 퇴로’까지 사라진 셈이다. ‘당주(黨主)’ 자리를 둔 친박과 비박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박계는 현직 시도지사 등 대선잠룡과 원외 당원협의회 의원장 등을 잇따라 포섭하며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비박계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됐던 ‘구심점 미비’를 극복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대선 주도권 다툼’ 비판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렸던 김무성 전 대표 등에게 활동의 근거를 만들어주는 한편, 당내 수적열세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모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이날 오전 모임 직후 브리핑을 통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외인사를 포함한 당구성원 70~80여명이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하기보다는 실무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13일 비상시국회의를 기점으로 한 ‘대공세’의 시작이다.

반면, 친박계는 ‘국정운영 정상화’ 논리를 앞세워 비박계를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전날(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주류의 행동은 국민은 물론 당원의 동의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김태흠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비주류가 별다른 사태수습 방안이나 로드맵 없이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연속 포화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강대강(强對强) 구도가 공고해짐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 이후 중립 성향 원로(전 국회의장 등)를 ‘구당(求黨) 모임 리더’로, 원내외 잠룡들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내세워 별도의 지도부를 꾸리는 경우다.

이슬기ㆍ유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