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당첨된 여인 중 많은 사람들은 곧장 근처의 H부동산소개업소 등에 달려가 300만원짜리 당첨권을 450만원에 팔아넘겼다. 불과 몇분사이 거의 노력도 들이지 않은 채 150만원을 벌었고 아파트값은 평당 32만여원에서 36만3000여원으로 껑충 뛰어 집 없는 시민들의 집 마련 기회는 멀어져갔다.”
1976년 4월 신문에 실린 기사의 한 구절이다. 40년 전의 상황이지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분양권은 아파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초창기 아파트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은 ‘아파트는 곧 돈’임을 재빨리 간파하고 분양권을 사고팔며 돈을 불렸다.
공동주택 공급이 본격화된 1980년대 들어서자, 정부도 과열된 분양권(당첨권) 거래 양상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재당첨 금지, 청약조건 강화, 전매제한 같은 익숙한 조치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정부는 1980년 주택 5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자 자연스레 투기가 고개를 들었다. 1984년 정부는 재당첨 금지기간을 5~10년으로 늘리는 조치를 단행하는 등 여러 억제책을 시행했다.
노태우 정부는 부동산투기 억제책과 공급확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때 ‘토지공개념’ 제도를 비롯해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의 규제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과열은 저유가, 저금리, 저환율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큰 터라 쉽게 잡히지 않았다.
더구나 정부가 1989년 수도권 5곳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다시 시장은 들썩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 주변에 아파트 200만가구 이상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특히 분당 등 일부지역에선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분양권 불법 거래 등이 기승을 부렸다.
김영삼 정부에선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했다. 그때까지 부동산 투기에서 흔히 쓰이던 차명거래가 차단됐다. 더불어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썼다. 1998년 ‘건설ㆍ부동산활성화대책’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자율화 ▷전매 전면 허용 ▷청약자격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1가구 1주택으로 제한됐던 청약예금통장 가입 조건도 성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시장은 금세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달궈질 대로 달궈진 주택시장을 통제해야 했다. 전매제한과 재당첨 금지 조항을 다시 강화하는 등 상당수의 대책이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특히 2005년 나온 8ㆍ31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억제책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10년(수도권)까지 금지됐다.
이처럼 역대 정부는 규제 강화와, 활성화대책을 번갈아 활용했다. 특히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에는 항상 전매제한과 청약자격 강화, 재당첨 금지 등의 카드가 반영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0~80년대 주택이 부족하던 시절에 운용하던 주택 공급제도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생기는 문제가 적지 않다”면서 “상황에 따라 정책만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 주택보급률 100% 넘은 현재에 어울리는 공급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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