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내년 중순 협상 완료땐 아시아 제조업 가치사슬 강화 中·아세안·日 접근성 높아져 세계 최대 경제블록 부상
내년초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아시아 무역자유화의 대안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페루와 호주 등 TPP 회원들이 RECP 합류를 타진하고 나서면서 세계무역질서가 미국에서 중국쪽으로 기울고 있는 양상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RCEP이 내년 중순 협상이 완료될 경우 한국의 수출비중 1위인 중국과 2위인 아세안, 4위인 일본에 대한 접근이 높아져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100일 안에 미국 내 일자리를 축소하는 TPP를 폐기할 방침으로, 이러한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美 주도 ‘TPP’좌초, 中 주도 ‘RCEP’ 승선 속도= RCEP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아세안 10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명으로 역내 국내총생산(GDP)규모는 22조4000억달러다. TPP가 폐기될 경우, 세계 최대 경제블록으로 부상하게 된다. RCEP는 201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공동선언을 통해 협상을 시작한 뒤 당초 지난해 말까지 타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TPP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TPP에도 참가하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행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또 상품ㆍ서비스ㆍ투자 자유화 수준을 두고 참여국간에 이견차가 컸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이후 이같은 흐름은 바뀌고 있다. TPP회원국인 페루가 RCEP 가입을 위해 중국과 협의를 시작한 상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폐기 수준을 밟고 있는 TPP대신 RCEP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 최대 경제대국 인도네시아도 최근 TPP를 포기하고 RCEP에 집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GDP의 4% 경제이익 가능성= RCEP는 관세 축소를 통한 교역 확대와 서비스시장 개방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반면, TPP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무역를 넘어 기업표준, 규제, 지적재산권 보호 등 선진국이 중시하는 비관세 무역장벽의 완화를 강조하는 데에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RCEP는 아시아 제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참여국의 수출 및 투자 확대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경우 아세안과 일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2025년까지 GDP 4%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올 1~10월 기준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비중은 24.9%를 기록했고, 이어 아세안이 15.1%에 달했다. 일본은 4.9%를 차지해 이들 3개 경제권의 수출 비중은 44.9%에 달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북미 비중은 14.7%, 멕시코를 포하한 중남미 비중은 5.2%다.
보고서는 RCEP 발효로 관세가 65% 축소되면 TPP보다는 전체 경제적 산출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그 혜택이 협정 참여국에 균등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참여국 가운데서도 동아시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베트남이 얻는 수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 반면, RCEP 국가들과 가장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싱가포르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중심 아시아권 자유무역 기조 유지= RCEP로 중국과 인도, 아세안 등 3대 소비시장과 한ㆍ중ㆍ일이 처음으로 연결돼 아시아 국가간 교역량이 늘어나고 제조업 공급망에 대한 신규투자 유인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사이에선 보호무역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역내의 활발한 FTA 논의 등 자유무역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16개 RCEP 참여국의 공동적인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점을 감안해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통상외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참여국간의 발전수준차가 크다보니 공공적인 합의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로인해 아직까지는 참여국간의 공조부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현재로는 관망세”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당선이후 격변하는 세계 무역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RCEP와 같은 메가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양자자유무역협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해준ㆍ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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