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사업은 ‘생명반도체’ 또는 ‘농업의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고부가가치 분야이다. 종자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농업의 기본이고 농사의 시작이다. 종자산업은 새로운 품종 개발로 인류의 식량부족을 해결하였고, 이제는 의약품, 신소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 85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인구증가, 기상이변 등 위협요인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신품종 개발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추세다. 종자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은 치열하다. 바야흐로 ‘종자전쟁’의 시대가 임박했다고 한다. 종자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애로사항이 많다. “육종가(Breeder)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제2차 세계종자회의(World Seed Conference)’에서 열린 전문가 포럼에서 제기되었던 이슈였다. 농업과 종자산업에 젊은 세대의 참여가 줄어드는 위기상황을 한 마디로 나타낸 이 말은 많은 참가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파프리카 종자 가격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파프리카를 수출품목으로 전략 육성하여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출량만큼 외국 종자회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도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내 연구진들은 ‘미니 파프리카’ 품종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규모나 인력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크게 뒤쳐져 있다. 무, 배추, 고추 등 김치 채소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파프리카를 비롯해 사과, 배, 포도, 감귤, 토마토, 양파 등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종자의 상당수가 외국산이다. “종자 약소국”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국내 종자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강화, 투자확대뿐만 아니라 우수한 육종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우수 인력은 하루아침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육종인력은 종자기업 내부에서 도제식으로 양성되고 노하우가 전수되어 왔다. 육종가가 부족하고 세대단절이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기존의 농과대학이 생명과학으로 영역을 넓혀 인재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육종인력은 크게 미흡하다. 교배·선발에 바탕을 둔 ‘전통육종’보다는 유전 정보에 기반을 둔 ‘분자육종’에 치중하고 있다. 종자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통육종이나 마케팅 전문가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9년에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을 수립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제1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2013~2017)’을 추진 중에 있다. 종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품종보호 강화, 종자통계 구축 등 종자관리제도 선진화가 시급하다. 종자기업과 육종가의 신품종 개발 및 사업화, 해외시장개척 지원 등 종합적인 육성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육종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인력양성을 위한 채소육종연구센터 운영 등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되어왔다. 민간육종연구단지는 최근 완공되어 안정적인 종자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채소육종연구센터’도 대학과 종자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김제 마이스터고에 ‘종자과’를 신설하여 육종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등학교부터 석·박사급까지 육종가 집중 양성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가는 종자산업의 핵심인력이다. 다가오는 종자전쟁 시대에 대비하고,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육종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국내의 우수 육종전문가들이 민간 육종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종자 관련 전후방 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종자산업의 미래를 활짝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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