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기관장 재선임을 둘러싼 청와대의 특정 인사 낙점 의혹 논란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다.
박영아<사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상대로 원장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이사회가 제8대 원장으로 결정한 박 원장의 연임을 받아들이지 않은 미래부를 겨냥한 조치로 탄핵 정국에서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된다.
박 원장은 “소송과정에서 미래부가 불승인한 사유가 근거없음을 밝히고, 미래부가 인사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과학기술 싱크탱크로서의 KISTEP에 대해 법령이 보장하고 있는 독립성, 자율성을 침해한 위법 부당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정의의 승리가 역사 속에 남고, 더 이상 정부가 정치논리와 정부 우위의 오만함으로 함부로 연구 현장의 자율을 짓밟고 과학기술 발전과 역사의 진보를 막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잘못된 인사 행정, 정부의 오만과 불통을 바로 잡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며 ”단지 KISTEP 원장 직이라는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앞서 미래부는 기관 성과 및 기관 청렴도 하위권, 예산 집행상의 부적정사례, 정부와의 협력 시너지 효과 제고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과반수의 표를 얻은 박 원장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사회가 추천한 원장 후보를 정부가 선임하지 않은 것은 지난 1999년 KISTEP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미래부는 지난달 KISTEP 이사회의 불승인 결정에 대한 재검토 요청도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계에서는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이사회에서 선임되지 못하자 박 원장이 불이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박 원장은 “이사회에서는 그런 사유들은 KISTEP이 지난 3년간의 성과에 대해 ‘우수’평가를 받은 점, 청렴도 평가 대상기관이 아닌 점 등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막연한 내용이며 원장 추천위원회의 추천과정과 이사회 의결과정에서 정부측을 대표하는 당연직 이사가 이러한 내용 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KISTEP 원장 선임 절차에서는 정부가 제20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공천받아 출마했다가 낙선한 여당 특정계파의 특정인사를 낙하산으로 앉히려 했다가, 결국 이사회의 독립적, 자율적 판단으로 원장후보 선출을 하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KISTEP 이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적법한 절차로 저를 원장으로 선임한 결정에 대해 미래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승인한 자체도 문제이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의 싱크탱크 기관인 KISTEP을 원장 부재상태로 만든 미래부의 오만과 불통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미래부가 KISTEP과 이사회,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가치인 중립성 및 독립성, 자율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며 “특히 작금의 국정농단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은 민간의 자율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그 열쇠”라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가 차기 원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다음 이사회까지 원장 임기를 연장한다는 정관에 따라 박 원장의 임기를 오는 23일 이사회까지 연장해 23일 이후에는 박 원장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 원장은 “비록 물러나지만 정관의 규정에 따른 것일 뿐 사퇴는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저의 작은 힘으로나마 국정 시스템의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박 원장의 소송 제기와 관련 “여러가지 검토를 거쳐 불승인 결정이 내려진 만큼 미래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법정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기관장 인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특정 인사가 미래부의 낙점을 받았다는 설이 돌고 있는 등 여러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어 이번 소송 제기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상현 기자/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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