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간 유대감 줄고, 부모ㆍ자녀 간 추억 만들기가 더 중요” -동남아등 예약 매진…대체휴일 등 길어진 연휴도 촉매제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설날 아침 툇마루 가운데 전이며 나물, 과일을 한가득 차려놓고 차례를 지낸 뒤, 3대가 둘러앉아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던 설날 풍경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명절은 온가족이 모여야 하는 날인 줄 알았고, 차례는 가족이 모두 모였음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족의 의미가 변했고, 범위도 줄어들면서 차례상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6일의 설 연휴 특별운영기간 동안 인천공항 이용객은 94만 7959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5만 7993명이다. 지난 추석에는 연휴 전날인 13일부터 18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6% 증가한 97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명절 성수기 중 가장 많은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명절 기간 해외 여행객은 이번 설에도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대한항공은 오는 26~31일 6일간 총 예약률이 7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의 경우 26~30일 총 예약률이 86.3%에 달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가까운 여행지의 예약은 매진된 경우가 많았다.
친척 간의 유대관계가 느슨해지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간 결속은 반대로 높아진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직장인 이휘인(34) 씨는 이번 설 연휴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료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오랫만의 해외여행인 만큼 규슈 지역의 최고급 료칸을 택했다. 이 씨 가족이 명절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장손이어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했지만 3년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형제들이 할아버지께서 남긴 유산을 두고 명절에 마주칠 때마다 말다툼을 했고 행복해야 할 명절은 불행만 가져왔다. “이럴 바엔 차라리 친척들은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망설이는 부모님을 설득해 이번 여행을 추진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아직은 서먹한 새 가족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고된 명절 노동 대신 여행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생 김신각(34) 씨는 지난해부터 설에는 차례를 지내는 대신 추석에는 일본인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부모님이 귀농하면서 친척들이 다 모이기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아내와 부모님이 친해질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일단 어머니께서 음식장만을 하지 않아서 좋고, 따로 여행갈 날짜를 잡지 않아도 좋다”며 명절 여행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내가 시부모님과의 여행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부모님이 오히려 더 배려해주시고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만드는데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대체휴무제로 길어진 연휴도 명절 해외 여행을 촉진해는 촉매제가 됐다. 심형근(29) 씨는 “이번 설에는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따로 떠나지만 대체휴무제로 휴일이 길다보니 앞으로는 평소에 가기 힘든 해외여행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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