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1~3인자 모두 피의자 - 1차소환보다 불확실성 증폭 - 경영진 의사결정 마비 - 3월 정기주총 날짜 잡지도 못해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특검의 칼날 위에 선 삼성그룹이 ‘리더십 공백’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특검이 정조준한 곳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수뇌부다. 기류는 이 부회장이 특검에 처음 소환됐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 특검은 금명간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한꺼번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시사했다. 삼성으로서는 그룹 1~3인자가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 석달 동안 삼성의 경영 일선 곳곳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15시간 조사를 받고 나온 14일 새벽. 삼성 서초사옥은 무거운 위기감에 짓눌렸다. 이날 오전 1시 특검 사무실을 나선 이 부회장은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심야회의를 주재했다. 특검 조사에 지친 이 부회장이 귀가보다 사옥행을 택할 만큼 그룹 현안은 산적한 실정이다.

삼성그룹을 옥죄는 상황은 심각하다. 특검의 사법처리 대상에는 수뇌부 3인방이 올라있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이다. 사실상 삼성그룹 의사 결정을 최종 책임지는 1~3인자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사안을 챙겼고, 최 부회장은 그룹 내부 현안들을 총괄했다. 장 사장은 대외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이들이 모두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게 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그룹 1, 2, 3순위가 부재하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무너지는 상황에 맞닦뜨려야한다.

특검의 신병 처리 여부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상황은 안갯속으로 빠져든다. 당장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그룹 1~3인자 중 누가 영어의 몸이 되냐에 따라 미래전략실 해체 후 조직구도와 사장단 인사 판도는 달라진다.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의 기본 골격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자만 이를 실행할 주체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경영시계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멈춰섰다. 수뇌부가 모두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경영활동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활동도 올스톱됐다. 이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이사를 맡고 있는 중국 보아오포럼과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엑소르의 이사회 등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년말에도 이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 회동에도 참석치 못했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왔지만 삼성전자는 주총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한달 전 열리는 삼성전자 이사회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주총 전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총에 상정할 의안들을 심의확정해야한다. 특검 수사 등으로 안건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주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등 굵직한 안건도 사실상 논의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는 삼성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검이 수뇌부에 대해선 불구속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 특혜를 줘도 안되지만 역차별해서도 안된다”며 “그룹 수뇌부가 청문회와 검찰, 특검 수사까지 성실히 협조했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상태로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최종판단을 받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