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수천개의 개별 수신처가 있는 국회의 주소는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하나 뿐이고, 수만명이 편지를 받아보아야 하는 서울대 법정주소는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달랑 한 개이다. 나머지 추가로 적는 주소는 모두 관리인이 임의로 붙인 것으로 법정 주소가 아니다.
이처럼 한 곳내 다양한 수신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의 99%가 법정 상세주소가 없다. 법정 상세주소가 없을 경우, 화재진압, 중요등기우편의 수신인 확인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새 도로명 주소 표기법이 숱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총론적 주소표기법의 개선보다는 이처럼 세부적인 것에 더 신경썼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단일 도로명주소로 표기되는 원룸ㆍ다가구주택과 집합건물 145만 동을 조사했더니, 층ㆍ동ㆍ호수 등 상세 주소가 부여된 곳은 1만1000동에 그쳤다. 나머지 144만 주택은 집 주인 등이 임의로 정한 주소를 추가로 기재하는 수준이었다. 건물주나 임대인이 임의로 지정한 것들로 법정 주소가 아니다.
이에 따라 원룸·다가구주택의 개별 가구는 위치정보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긴급신고 때 현장출동이 지연되고 우편물이 분실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원룸이나 다가구주택 동·층·호 등 상세주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세부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도로명주소법 시행규칙’을 시행했지만 실제 상세주소 등록률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 주도로 상세주소를 전면 적용, 집행할 경우 수반되는 막대한 행정비용과 건물주의 반발을 고려해 ‘신청주의’로 상세주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룸·다가구주택뿐만 아니라 건축물대장에 동·층·호가 등록되지 않는 대학, 종합병원, 공장 등 건물군(집합건물)은 아예 상세주소를 등록하는 기준이 없어 현행 도로명주소 체계에선 정확하게 주소를 표기할 수가 없다.
안행부는 상세주소 기준을 정하는 일과 등록절차를 홍보하는 일을 두고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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