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 행각이 글자그대로 신출기몰 입니다.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는 검거작전은 연일 수포가 되고 맙니다. 세월호 수습 과정을 바라보다 주저앉은 국민들이 이제는 검거작전을 지켜보다 드러눕게 생겼습니다.
참다못했던지,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말이 안 된다”며 검·경을 싸잡아 질타하자 수사 강도가 놀라울 정도로 세지고 있습니다. TV뉴스화면상으로 봐도 검·경합동수사대의 움직임이 전에 비해 훨씬 더 거침없어 보입니다. 관계당국 긴급회의에는 군복을 입은 소장(투스타)급 장군도 보입니다. 검·경·군 입체작전의 시작을 뜻합니다.
이 정도면 단연 해외토픽감입니다. 11일 유 회장이 이끄는 구원파의 본거지인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20일 만에 재개됐습니다. 기동경찰 63개 중대 6000명에 헬기까지 띄우고, 특수부대에 탐지견까지 동원된 겁니다. 거의 토벌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어 12일 새벽부터 수사대 3차 진입이 이뤄졌습니다.
분기탱천한 공권력의 좌충우돌 속에 금수원 대변인이라는 자가 여유작작하게 또 언론 앞에 나서 장황설입니다. 이제는 아주 능숙한 언변에다 표정관리까지 해댑니다. 국민들과 공권력을 비웃으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만천하에 제안하고, 해법을 제시하면 그 누구에게라도 5억 원의 사례비(유 회장에 내걸린 현상금과 동일 액수) 주겠다고 까지 합니다. 세미나 장소는 금수원 근처 자신들과 연관된 무슨 고개 넘어 식당이고 참석자들에게는 유기농 식사와 음료까지 정중하게 서비스하겠다는 겁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저들의 대변자는 공권력을 조롱까지 합니다. 수사대 재진입에 대해 “신엄마 김엄마가 사람인 이상 금수원에 그대로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벌써 도망갔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검찰과 경찰이 도통 말을 듣지 않고 허탕을 치며 애꿎은 신도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는 불만을 쏟아 냅니다. 이런 것 보면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검찰 희롱죄나 괘씸죄에 딱 맞는 소재 아니던가요.
재진입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안하지만 거의 허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지명 수배된 4명을 포함해 구원파 신도 6명을 체포하긴 했습니다. 이들이 유 회장의 도피에 크든 작든 일조를 했다는 겁니다. 뉴스 장면으로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연로한 신도도 눈에 띕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경찰이 11일 오전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공권력을 투입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 핵심조력자들 체포작전에 들어가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기껏 건진 것이 유 회장이 강당 어디에선가 머물며 쓰다 남겼다는 비누와 면봉이 고작입니다. 유 회장의 체액을 확보했다는 게 수사대 설명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하찮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과학수사의 정밀과 디테일 그리고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다짐 등등 말이지요. 하지만 수사의 흐름이 점점 더 어이없어 보인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얼핏 보면 유 회장에 대한 수사의 끈을 놓은 듯합니다. 대신 이상하게도 ‘신엄마’ ‘김엄마’하며 이상한 호칭의 두 여인 검거에 주력합니다. 그러나 볼썽사납게도 대변인이라는 작자의 말 그대로 그 여인들은 거기에 없었습니다. 있을 만한 곳을 쥐 잡듯 이 잡듯 뒤진 결과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제의 여인들의 실체에 또 의심이 갑니다. 이러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으로 세포분열이라도 해 스토리가 무슨 납량극 ‘엄마시리즈’로 둔갑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들이 존재한다면 또 유 회장의 도주 기획 총책이라도 된다면 당연히 붙잡아 문제 해결의 결정적 증거나 단서, 아니면 실마리라도 끄집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유 회장이 이끄는 구원파라는 종교집단은 도깨비 방망이로 무장한 유령부대나 다름없습니다. 힘과 기지로 따지면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더 견고한 권력 위의 권력인 셈입니다. 일사분란하고 감쪽같은 도주와 은닉, 그리고 기획에서 실행까지 여간 단수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사태가 해결되고 진정되면 검찰과 검찰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연구해 볼 것을 권합니다.
김명섭 기자/msiron@ 11일 밤늦게까지 안성 금수원을 수색을 하는 바람에 구원파 신도들이 진입을 못하자 입구에서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
안 된 얘기로 유 회장이 이 정도면 후련하다며 제 발로 성큼 검찰청사에라도 나타나거나 아니면 검거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거나 혹여 제3의 지대 안착(망명) 사실이 확인되는 불행한 상황까지 상정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남 보기에 민망한 소란을 차라리 그만두라는 여론이 만만찮게 다가옵니다.
당초 유 회장이 ‘사회적 지위’를 감안해서라도 점잖게 나와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검찰. 그 사회적 지위라는 개념 부여가 아직도 선뜻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제 기이한 종교 지도자 한 사람이 이끄는 기묘한 조직력의 실체 앞에서 대한민국 공권력의 정점인 검찰은 점점 더 초라해지고 왜소해지며 정서불안 장애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안타까움과 얄미움이 교차합니다.
결국 마지막 단계로 국민이 또 나서야 되나 봅니다. 전국 단위 반상회를 13일 열겠다고 합니다. 부디 효과가 있어야겠지만 반상회가 공권력에 대한 성토장의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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