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 지난 대선 후보토론 당시 한 장면.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질의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지난 10년간 심각해져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업종별ㆍ기업별로 비정규직 총량제를 시행해야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그러자 문 후보는 “동의한다. 수용할 만한 공약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할 법제도가 필요하다”며 화답했다.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오른쪽) 당시 후보와 각당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오른쪽) 당시 후보와 각당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항과 동시에 강력한 정책드라이브에 나섰다. 가계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 대선과정에서 약속했던 공약들의 현실화에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흔히 말하듯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다.

하지만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41.1% 득표율에 국회 의석수 과반에 한참 모자른 120석 집권여당의 힘만으론 산적한 개혁과제와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 4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협치(協治)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이유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새 정부가 대선 경쟁자들의 좋은 공약들을 적극 수용해 국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협치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문가그룹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호평한 상대 후보의 베스트 공약들이 신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 토론에서 정책통의 면모를 과시한 유승민 후보의 여러 공약들에 눈길이 쏠린다. 먼저 근로시간 단축을 목표로 유 후보가 내놨던 ‘칼퇴근법’과 ‘돌발노동 금지’는 문 대통령은 물론 다른 후보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문 대통령이 수용을 약속한 ‘비정규직 총량제’와 매년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에 대비하는 ‘농식품안전방역청 신설’도 호평의 대상이었다.

안철수 후보의 일부 경제공약은 현실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인재 양성과 민간주도의 국가발전 패러다임 전환, 재벌개혁방안 등이 그것이다.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켜 국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새 정부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사안이라는 평이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중에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었다. 또 근로기준법의 1인 이상 사업장 전면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ㆍ외교공약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던 홍준표 후보의 경제공약 중에선 ‘귀족노조 적폐 청산’이 일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같은 평가 속에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정치대선으로 치러진 측면이 강해 엇비슷한 공약이 많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상대 공약 수용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체로 공감했던 만큼 칼퇴근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은 공통분모를 찾기 쉬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수용 문제와는 별개로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에선 경쟁 후보들의 좋은 공약을 수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문 대통령이 밝혔던 공약들의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일자리, 복지공약들이 ‘돈’으로 추진될 공약인 만큼 국가재정의 재점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 정부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눈돌리기보다는 내세웠던 공약을 대타협 관점에서 재점검해야한다”며 “앞으로 내놓을 공약들이 세대간, 빈부간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바닥부터 찬찬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