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이러저러한 논란이 있었지만 장관직을 맡는 데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8대 중기부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중기부=여성장관’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부처 출범 이후 지금까지 6명의 장관 중 4명이 여성이었다. 공직을 맡는데 성별을 운운하는 시대는 이미 애저녁에 지나갔다. 적어도 중기부에서만큼은 ‘여성 장관’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이소영 장관(공식 취임 전이지만 편의상 장관으로 칭한다)에게 중요한 것은 ‘다섯 번째 여성 장관’이라는 기록이 아니다. 앞선 네 명의 장관이 남긴 경험에서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뛰어넘을 것인가다.

첫째는 박영선 전 장관의 ‘상생과 공존’이다. 박 전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상생과 공존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중심을 중소벤처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중기부의 역할을 단순한 중소기업 지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와 민간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한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국내 최대 소비촉진행사인 ‘동행축제’의 전신인 ‘동행세일’도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통해 상생의 온기를 경제 전반에 확산하려 했던 정책적 시도 또한 탁월했다.

이영 전 장관에게서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힘’을 배웠으면 한다. 이 전 장관의 대표 성과로 꼽히는 납품대금 연동제는 2008년 중소기업계의 요청이 있은 지 15년 만에 그 결실을 맺었다. 그는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제값을 받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제도를 넘어 문화로서 현장에 안착돼야 한다”고 했다.

장관의 말은 정책이 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이소영 장관 역시 규제개혁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임기 중 적어도 중소기업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몇 가지는 현실로 만들어야한다. 좋은 정책을 말하는 장관보다, 어려운 정책을 끝내 관철하는 장관이 돼야 한다.

오영주 전 장관에게서는 ‘시장을 넓히는 시야’를 배울 필요가 있다. 외교부 차관이었던 오 전 장관이 중기부 장관에 내정됐을 때, 중소기업계 안팎에선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오 전 장관은 이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35년간 외교관으로 쌓아온 공력을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글로벌 진출에 투영시키며 시장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역대 중기부 장관 중 유일한 공무원 출신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중기부 조직 안정을 이끈 점도 배울 만하다. 지금까지도 중기부 공무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장관으로 오 전 장관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한성숙 장관에게서는 ‘성장에 대한 집요함’을 배웠으면 한다. 한성숙 장관은 취임 일성부터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 극복과 회복을 넘어 성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중소기업을 살아남게 하는 것과 성장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창업하고, 투자받고, 매출을 늘리고, 수출하고, 중견기업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끊어진 성장 사다리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박영선에게서는 상생을, 이영에게서는 돌파력을, 오영주에게서는 글로벌 감각과 조직 운영을, 한성숙에게서는 성장 전략을 가져오면 된다. 앞으로 이소영 장관에게 던져질 질문은 “이소영 장관의 재임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벤처, 소상공인에 무엇이 달라졌나”다.

앞선 네 여성 장관은 저마다 중기부에 하나씩의 큰 화두를 남겼다. 이제 이소영 장관 차례다. 네 사람의 성과를 이어받되, 자신의 이름으로 남길 새로운 화두를 써내려가면 된다. 그것이 이소영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