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 엇갈린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사건 -입법 내용에 따라 각하, 원고 승소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독립 사업자인가, 고용된 노동자인가.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특수고용근로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노조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학습지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소송 상고심은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형식상으로는 회사와 동등하게 사업자 형태로 개별 계약을 체결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에게 노조 활동을 보장할 것인가가 쟁점인 사건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지난해부터 쟁점에 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노동권 인정범위에 관해 법원이 엇갈린 결론을 내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2년 11월 1심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종래 대법원 판례는 학습지 교사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지 않았고, 따라서 노조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12부(재판장 박태준 부장판사)는 노동자 처우에 관한 근로기준법과 노동 3권을 보장한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근로자’ 개념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은 개별 사용자를 벗어나 산업별, 지역별 노조 가입자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자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근로기준법보다 ‘근로자 개념’을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재판부는 재능교육이 노조 활동을 한 학습지 교사들을 해고함으로써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학습지 교사들은 위탁 계약에 따른 최소한의 지시만 받을 뿐, 회사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지 않아 근로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학습지 노조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형식논리에 치우쳐 사실상 고용된 학습지 교사를 사용자와 대등한 사업자로 판단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만일 정부가 입법으로 특수고용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인정한다면, 그 내용과 형식에 따라 대법원이 내리는 결론이 달라진다. 이 소송의 취지는 재능교육의 부당한 노조활동 방해가 없었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중노위가 바뀐 법률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거나 철회하면 소송을 진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각하’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다. 하지만 입법만 이뤄진다면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새로 개정되는 법률에 소급적용하는 부칙을 두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소급적용을 하도록 돼 있으면 원고 승소로 결론나지만 부칙이 따로 없다면 새로 바뀐 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따라 노조 측이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
특수고용 근로자는 고용계약이 아닌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체결해 일한다. 학습지 교사 뿐만 아니라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전력 검침원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에게 근로자 지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개별 사안마다 대법원도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 2014년 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근로자 규모가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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