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안 내년1월 시행 임상지원 등 합법내역 5년 보관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의무화 ‘불법 온상’ 영업대행업체도 포함 정당한 영업활동까지 위축 우려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인해 제약사 대표 등 관련 인물들이 검찰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매서운 칼을 뽑아 들었다. 제약업계의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는 리베이트의 멍에가 사라질지 업계와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버금갈 만큼 제약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변화로 감지하고 있다.
▶제약사,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후 5년간 보관=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28일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제조사 등이 의료인에게 법으로 허용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한 ‘약사법 시행규칙’ 및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8일 공포했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는 원칙적으로 의약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단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학술대회 또는 임상시험 지원, 제품 설명회, 견본품 제공 등에는 금액과 횟수 등에 한도를 두고 제한적으로 경제적 이익 제공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제약사는 내년부터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의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6하 원칙에 따른 자세한 정보과 함께 관련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부 장관이 이 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할 경우 제출의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게 되면 2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보고서 작성 자체가 합법적인 거래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제약사가 보고서를 보관하고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시 모를 미제출에 대한 제제 조치로 2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할 계획“이라며 “리베이트 행위가 발생하면 그 자체에 대한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고서 미제출로 인한 벌금이 작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도 “벌금의 액수가 적고 많고를 떠나 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괘씸죄로 인해 찍힐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자정 노력을 위한 좋은 제도라고 판단하는 만큼 보고서 제출을 피하는 곳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거래 투명성 높일 한국판 ‘선샤인 액트’=이번 복지부가 마련한 제도는 미국에서 시행 중인 ‘선샤인 액트((Sunshine-Act)와 비슷해 제약업계에서는 ‘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로 불리고 있다.
선샤인 액트는 제약사 또는 의료기기 제조사 단위로 의료인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관하게 함으로써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리베이트 차단을 위한 상당한 자정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런 경제적 이익 제공이 합법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이익을 제공받은 의료진, 의료기관의 실명이 모두 공개되면서 의료진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이번 약사법에서는 의료진의 정보가 비공개로 정해졌지만 향후 국회나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공개가 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불법 리베이트 온상 지목된 CSO(영업판매대행업체) 포함=특히 이번 보고서 작성 대상에는 CSO(영업판매대행업체)까지 포함된 된 점이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상당수의 제약사는 학술좌담회, 제품설명회 등의 행사에 CSO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불법 리베이트는 이런 CSO의 일탈 행위로 벌어졌던 경우가 많았던터라 CSO를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들에게 공개적으로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CSO의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제약사로서는 영업 활동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CSO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8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음성적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가 독자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앞으로는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제약사가 그 책임을 지게 된다”며 “CSO를 적극 활용해왔던 제약사들의 경우엔 내년부터 의료인을 상대로 어떻게 영업 활동을 해야 할지 멘붕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체 영업망을 통해 의료진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오던 제약사들에게선 온도차가 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이미 강화된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에 따라 김밥 한 줄을 사더라도 회사에 보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 별도의 서류 업무가 생기게 되는 것이겠지만 CSO를 쓰지 않는 우리 회사의 경우엔 그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영업 활동까지 위축될까 우려=한편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제약업계는 정당한 영업 활동까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익적인 목적이 인정되는 학술대회나 임상시험 지원 등을 위한 경제적 이익 제공에도 이익을 제공받는 의료진들에게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 자체를 꺼릴 의료진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될 것을 우려한 의료진들이 행사 참석 자체를 하지 않거나 제약 영업 직원들과의 만남 자체를 피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리베이트를 사전 차단한다는 법 취지야 좋지만 자칫 제약 영업 활동이 위축되면 오히려 음성적으로 리베이트가 이뤄지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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