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와 소비자 ‘윈윈’ 효과 PB -다양한 하청 구조도 PB아래 단순화 -대형식품 업체엔 되레 악영향 미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나쁜건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최근 자체상품(PB) 브랜드가 성장하며 달라진 유통업계의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다.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유통업체에 납품을 맡던 식품 제조업체와 그 아래 각종 하청 기업들, 복잡하게 이어졌던 갑을구조는 최근 예전과 다르게 단순해졌다.
제조업체 브랜드(NB) 대신 유통업체들의 자체상품(PB)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PB상품에는 이전에 있던 한 가지 주체가 없다. 하청업체에게 상품을 납품받던 제조업체들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식품계열사 신세계푸드는 최근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분리된지 약 21년만에 올린 쾌거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690억원, 영업이익은 213억원이었다. 지난 2015년 대비 각각 17.9%와 144.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 많은 2848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이마트가 출시하는 식품PB 피코크의 성장이다. 피코크는 지난 2013년부터 ‘피코크’를 이마트에 공급해왔다. 처음에는 제품 가지수가 200여종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00종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성장을 거뒀다.
이는 범 신세계로 놓고 봤을 때 원청과 하청의 경계가 사라진 모습이다. 생산은 신세게푸드가, 판매는 이마트를 비롯한 각종 신세계 유통채널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초이스엘 시리즈도 롯데제과에서 상품을 만든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매출이 올라 효율적이고,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절약돼 좋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좋은 질좋은 제품을 마케팅 비용이 빠진 상태에서 구입하니 이 또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PB상품이 확대되면 상당수 식품업체들이 유통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식품 제조업체 A사는 B유통업체에 과자류를 납품해왔다. 이후 B유통업체가 유통하는 PB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B유통업체 측은 PB상품이 잘나가자 기존에 판매하던 과자류NB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줄 것을 A사에 요구했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체와 상당수 식품업체 간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있다. 업체별로는 대형유통업체 영업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어, 납품가격을 협상한다. 이에 A사 직원은 “결국 협상이 잘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많이 부당하다고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C생활용품업체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C사 한 직원은 “PB제품에 NB제품이 끼워팔기 돼가는 것 같아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PB제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대형마트업계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거래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감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수익을 제공하고, 대형마트도 수익을 얻는 ‘윈윈’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수의 대형마트는 PB생산업체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마트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노브랜드의 전체 생산 업체 중 중소기업 비율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말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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