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 등록률 고작 5% 불과 월세시장 규모 20.6조, 신고는 1.6조 누락 임대소득·자금출처 조사 정부, ‘혜택강화+의무화’ 추진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1994년 도입 후 23년 동안 유명무실했던 주택임대사업 등록제가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임대주택사업자 수는 13만8230명이다. 이 가운데 집을 지어 임대를 놓는 건설임대주택사업자를 제외한 12만4380명이 매매를 통해 다주택자가 된 매입임대주택사업자다.
정부는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의무등록이 아니어서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국의 다주택 가구는 272만5000 가구다. 매입임대등록사업자는 이 중 4.5%에 불과하다. 95%는 집을 여러 채 갖고도 임대를 하지 않거나, 음지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수로 따져도 전체 주택(1636만7000 호) 가운데 11.8%인 193만7000호만 등록돼 있다.
단순 숫자로 놓고 본다면 미약하나마 성과가 있기도 했다. 2010년 3만4537명에서 5년 새 4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대 들어 월세 비중이 점점 늘고 주택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이어지자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늘리기 시작했다. 임대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였다.
실제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은 작지 않다. 임대를 목적으로 신규 분양받는 전용면적 60㎡이하 공동주택(아파트ㆍ연립주택ㆍ다세대)이나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취득세가 전액 면제되고, 전용면적과 임대 기간에 따라 재산세도 25~100% 감면된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지방은 3억원) 주택은 5년 이상 임대시 종합부동산세를 면제받고, 양도세에도 조건별로 다양한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들이 좀체 등록을 꺼리는 이유는 등록하지 않았을 경우 크게 두 가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보고 있는 그 이득이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며 박탈하려 한다.
우선 미등록 임대사업자들은 부동산 보유 현황이나 임대소득을 숨길 수 있다. 참여연대가 최근 발표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과세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다주택자의 연간 월세소득은 20조6125억 원에 달한다. 편의점 시장(20조4000억 원)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지만, 신고된 월세소득 총액은 1조6209억 원에 불과하다.
임대 시장이 사실상 ‘조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에 한승희 국세청장도 인사청문회 때 “누락된 임대소득 파악이나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다주택자 임대소득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 국세청이 부동산세 탈루 혐의가 있는 다주택자, 중개업자 등 286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한 것이 임대소득 전수조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이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임대료나 임대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임대기간 동안은 임대료 인상률이 연 5%로 제한되고, 최소 4년 이상 임대계약을 맺어야 한다. 의무임대 기간 내에 세놓은 주택을 팔 경우, 매수자가 해당 주택임대사업자로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등 세제 혜택 조건도 까다롭다. 미등록 임대주택자는 이러한 제한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방침과는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택 가격, 규모 등에 따른 표준임대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필요하며, 그 전에 임대사업자 등록제 정착을 통해 임대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정부는 일단은 자발적 등록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강경책으로는 ‘8ㆍ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무겁게 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는 대신, 등록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이러한 부담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온건책으로는 사업자가 집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이나, 건강보험료 인상을 막는 방안 등을 검토해 오는 9월 발표하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포함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센티브 제공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등록 의무화를 주장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도 있어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목표를 비롯한 추가 혜택을 담을 예정”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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