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위협, 한반도 너머 태평양 일대로 확대돼 -제한적 한국외교…‘당근과 채찍’ 전략 한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일본 상공 너머 태평양으로 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직접 체감한 일본이 미국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핵문제에 적극 개입할 전망인 가운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로 중국와의 관계회복도 요원해지고 있어 한국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論)을 기조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강한 제재ㆍ압박을 추진하면서 외교적ㆍ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메세지를 수차례 발신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되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다면적인 도발을 감행하면서 국면을 꼬이게 하고 있다. 미국 소식통은 “이번 도발은 일본을 직접 겨냥한 점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일본이 북핵문제에 적극 개입할 만한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내각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와의 핫라인을 다각적이고 긴밀하게 유지해왔다”며 “한일 간 이해가 충돌할 경우, 이제 갓 연락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상대적으로 트럼프 정부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을 겨냥했다가 상륙훈련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남한을 위협하고 급기야 29일엔 일본 열도를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함으로써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위협했다. 남북대화 제안에도 고도화를 더하는 북한의 도발에 더 이상 대으할 카드가 없는 셈이다.
무력시위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전투기 폭탄 투하 훈련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영상 공개 등 상응한 군사행동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안보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날 북한의 IRBM 도발 직후 “전술적 대응이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는데 그 국면은 계속 요동치면서 변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당분간 한반도 안보환경이 격랑을 거듭할 것임을 시사한다.
사드 문제는 또 다른 고민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대한 대응카드로 비록 임시이긴 하지만 추가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대중(對中)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철회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면서 추가 배치에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4곳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우리 경제피해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단기적으로는 북미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막아내고 장기적으로는 북핵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외교의 폭이 넓지 않은 만큼,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더라도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대북압박 기조를 강화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소통의 폭을 다각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주중대사로 노영민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그의 내정배경에는 한중 관계를 풀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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