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 판결이 나오자 경제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 명의로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한 뒤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배상근 총괄전무 명의로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내놨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투자애로 등의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면서 “아울러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 자료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결로 기아차는 4000여억원의 우발 채무를 지게 됐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그 부담이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원의 태도는 통상임금 논쟁의 최종 수혜자를 ‘좋은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로 귀결시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는 취약근로자 보호를 중시하는 최근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대법원에 통상임금 신의칙과 관련한 사건(2015다217287)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만큼 대법원이 신의칙에 대한 예측가능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신속히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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