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제 유가가 예상 밖으로 하락했다. 5월에 OPEC 감산 합의 연장이 있었고 미국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실 좀 더 넓게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올해처럼 상반기에 유가가 약세를 보인 해도 많지 않다. 상반기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는 모습이었고 달러도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유가 하락이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유가가 원자재 국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의 하락 리스크가 재 부각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유가와 증시는 경기와 연동하여 장기적인 추이를 볼 때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유가 상승률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과 또한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물론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혁명이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증시에 대한 유가 설명력이 다소 약화됐지만 보통 투자자들은 최소한 유가 급락을 바라지는 않는다.
당장 3분기에 유가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40달러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미국 원유 생산 둔화가 포착됐고, 수요 측면에서도 3분기에 G2 수요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중국이 긴축 및 규제에 대해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PMI가 반등했고, 상반기 지표가 부진했던 미국은 최근 경기서프라이즈지수가 경험적 바닥권에 있어 경기 우려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미국 원유 재고 감소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3분기 유가는 현재 범위 내 등락 내지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실제 유가 하락 리스크의 시험대는 현시점이 아닌 4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 보자. 우선, 4분기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고 미국 수요가 둔화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재 부각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면서 4분기에 유가가 상승한 해가 많지 않다. 4분기는 달러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분기는 ECB 테이퍼링 이슈로 유럽 금리 상승과 유로화 강세 환경이 지속될 수 있어 달러가 약세 압력에 놓여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반영한 이후 4분기는 미국의 연말쇼핑시즌에 따른 경기 기대감과 Fed의 자산 축소 등으로 인해 달러가 재 강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OPEC의 감산 이행이 충실히 진행되고 있는지도 여름철을 지나면서 확인되어야 할 변수다.
물론 우리나라는 전적인 유가 수입국이기 때문에 신흥국 내에서도 유가 하락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올해 상반기에 달러와 유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가 크게 상승한 신흥국은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인도 등이었다. 따라서, 다소의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 증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유가와 수출 등락률의 상관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수출이 위축되려면 WTI가 40달러를 의미 있게 하락할 때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유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릴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가 하락 위험은 3분기가 아닌 4분기 재료일 가능성이 높고, 또한 국내 증시가 유가 급락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4분기에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큰 폭의 하락세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유가가 현재 시장의 상승 트렌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 유가 하락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방어 전략의 필요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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