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필요없는 특수활동비 청와대·정치권 ‘눈먼 돈’ 악용

국회의장도 ‘총액’만 보고받아 일부 내역 공개 투명성 목소리 인원·규모 추정 가능땐 부작용

과거 정부시절 청와대가 관행적으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그동안 ‘비공개’ 심사를 받아온 국정원 예산을 일부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 및 보안업무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회나 정부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공개가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정원 예산은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일괄 편성되는데다 기밀업무를 다루는 정보기관의 실체가 노출된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비공개 심사를 하더라도 예산 내역을 충분히 제공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가정보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부처의 예산안(결산 포함)은 국회법 특례 조항에 따라 ‘총액’만 공개될 뿐 집행 내역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 기무사령부, 경찰청, 대검찰청 등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비공개로 진행한 뒤 ‘총액’만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다.

국회의장은 정보위에서 심사한 예산안 총액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통보하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한다. 예결위 심사 과정이 정보위 심사로 대체되는 셈이다. 국회의장도 국정원의 예산 내역을 알 수 없다.

문제는 국정원의 ‘깜깜이 예산’이 청와대나 정치권에 유입되면서 온갖 불법적인 일에 유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처를 밝힐 필요가 없는 특수활동비가 먹잇감이 된다. 특수활동비의 본래 목적은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부 및 수사업무에 드는 경비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돈도 특수활동비다.

국정원은 통일부 등 정부 각 부처의 정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10년간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는 8조5631억여원으로, 국정원이 4조7642억여원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4900억여원의 특수활동비가 국정원 예산으로 잡혀있지만 실제 사용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정부ㆍ여당 일각에서 ‘정상적인 예산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예산도 이제 국회 통제를 받을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정원법에 의해 재정당국의 통제 밖에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감사원도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 투명성 제고를 권고한 바 있다.

반면 국정원 예산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정보기관의 예산을 공개하는 국가가 없는데다 일부만 공개하더라도 정보기관의 인원과 규모, 사업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 예산을 공개하려면 국정원법을 고쳐야 하는데 국정원의 활동이 밖으로 다 드러나게 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보위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원 예산을 일부라도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의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심사를 하더라도 일반 부처와 같이 국정원이 사용목적에 맞게 예산 내역을 상세히 기재하라는 주장이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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