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노동존중사회’를 외치면서 전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개혁’은 이제 쓰면 안되는 ‘금기어’가 됐다. 정부 부처에서 사라진 ‘노동개혁’ 용어 대신에 ‘노동존중’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8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일자리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억제, 최저임금 인상, 양대지침 폐기 등 잇단 친노동정책을 펴면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던 ‘노동개혁’이란 말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향하는 ’노동개혁‘이 대세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일자리는 반짝 ‘마중물’은 될지 모르지만 근본 처방은 못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급격한 비정규직 사용억제로 기업에게 과도한 인건비를 부담시키고, 고용경직성을 초래해 오히려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부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일자리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규직 노동시장 유연성 높이는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 이는 결국 독일의 ’하르츠개혁‘과 같은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기 일자리 확대와 사회복지체계 개편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하르츠개혁‘은 독일을 거의 완전고용 수준으로 이끌면서 독일경제를 활성화시킨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 당시 독일은 ‘유럽의 환자’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슈뢰더 총리가 하르츠 개혁을 추진하면서 해고절차를 간소화하고 임시직 등 고용 형태를 다양화하면서 노동유연성을 높여 일자리는 물론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1980년대 대처 정부 이후 노동개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랑하는 영국은 지난해 고용률(15~64세)이 73.5%로 독일(74.7%)과 함께 최상위권이다.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스페인은 자국내 일자리를 지켜내고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완화하고 파견규제를 유연화하는 등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기간제근로자를 5년까지 사용사유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파견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오히려 이러한 유연화를 통해 정규직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철학이 전제돼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개인적 요구가 다양해지고 기업의 글로벌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고용형태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며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이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와 높은 비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사용규제 정책과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에 나서야 우리경제가 처한 저성장과 고용절벽, 이로 인한 저출산과 인구위기 등 당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 대화복원과 아울러 노동개혁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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