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긴급피난’에 해당하면 ‘위법성 조각’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연말 송년회가 이어진다. 음주운전은 해서는 안 되고 방관해서도 처벌 받는 범죄다. 그런데 음주운전을 하고도 처벌을 안 받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일까.
직장인 김현수(가명ㆍ29) 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를 마친 후 친구를 집에 내려줘야겠다고 생각해고 대리기사를 불러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운행 중 김 씨는 친구가 사는 동네를 거쳐갈 것을 요구했다. 길을 우회하는게 못마땅한 대리기사는 사거리 도로 한 복판에 차를 정차시켰다.
김 씨는 대리기사와 말싸움이 붙었고, 화가 난 대리기사가 그대로 차에서 내려버렸다. 김 씨는 도로 한 복판에 세워진 차를 도로변에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0m가량 운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대리기사가 김 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법원은 김 씨의 경우에 대해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일명 ‘긴급피난’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형법 제22조는 위법성 조각사유(범죄에는 해당하지만 일정한 사정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로 긴급피난을 포함하고 있다.
피난이 유일한 수단이고 그 수단으로 경미한 손해를 주고 적합한 수단일 때를 의미한다. 이러한 긴급피난이 인정되면 음주운전은 했지만 불법은 아니어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원은 김 씨의 경우 이미 차량이 도로 한 복판에 정차된 상태로 위난이 발생한 상태로 봤다.교통흐름을 방해하여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를 이동시키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었으며, 동승한 친구 역시 음주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긴급피난에 해당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법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혼자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해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법원이 상반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집 근처까지 대리기사를 불러 운전하고 온 뒤, 주차를 위해 약간의 자리를 옮기는 경우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 돼 처벌 받은 경우가 있다.
법무부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음주운전이 긴급피난이 될 수는 없다”며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가장 좋은 방법은 음주운전의 유혹이 아예 없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거나, 대리운전을 통해 집에 가더라도 주차까지 완벽하게 부탁한 후 값을 지불”해야 한다 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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