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강남과 서울을 고집하는가, 능력을 벗어나 들어오려하니 문제다”

올해 금융당국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은 말 줄 하나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야 한다”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 및 금융 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그들이 비공식적으로 덧붙이곤 했던 말이다. 그러니까 실제 거주용이든 투자 목적이든 다들 강남과 서울로 향하니 집값이 오르고 많은 이들이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려 하니 가계부채가는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 비하면 서울이나 강남의 집값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도 뒤따랐다.

강남(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느는 이유는 ‘초저금리 기조’와 이들 지역에 대한 부동산 수요 때문으로 설명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현대 경제학에서는 유명한 ‘케첩 논쟁’이라는 것이 있다. ‘케첩 논쟁’이라는 말은 지난 1985년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가 자신에 논문에서 처음 꺼냈다. 케첩 가격의 적정성을 따질 때 정통 경제학자는 원료(토마토) 가격, 대체재 시장, 임금 등 경제 시스템 전체의 요인을 고려하지만, 금융 경제학자는 케첩의 상대 가격 비교만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주장이었다. 즉 금융 경제학자는 케첩 2병 가격이 1병의 2배 정도면 시장가격이 적절하고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논리를 편다는 것이다.

케첩논쟁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예일대 로버트 쉴러와 시카고대 유진 파머 교수 사이에서 재현됐다. 유진 파머는 “‘사람들은 주택을 매입할 때 전반적인 주택시세에 따라 잠재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가격은 합리적이고 미국 주택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로버트 쉴러는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케첩 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케첩 경제학 비판’이 주는 교훈은 강남(서울)의 주택가격, 그리고 수도권-지방의 주택가격 격차,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부채 증가의 요인을 단순히 금리와 수요만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ㆍ사회ㆍ문화ㆍ경제적 인프라의 지역적 격차와 자산-근로 소득의 증가율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지역적 격차는 공교육 제도 및 사교육 시장의 변화와 매우 밀접한 고리를 이뤄왔다.

2017년 가계 금융ㆍ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산증식과 소득증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계층별 소득ㆍ자산 양극화도 고착화 또는 심화되고 있다. 전년 조사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이 “돈이 있으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강남’(서울)은 교육과 부동산을 고리로 부와 권력의 세습이 재생산되고 양극화 계층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한국 사회의 ‘상징’이 돼 버렸다. 그래서 자녀에게만은 조금 더 낳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신분상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낙오는 되지 않기 위해서 강남(서울)에 한 발이라도 걸치고차 하는 게 대한민국 중산층과 서민들의 안간힘이다. 결국 진정한 부동산ㆍ가계부채 대책은 주택ㆍ금융 정책의 외부에서, 즉 소득ㆍ교육ㆍ복지 정책, 서울-지방간균형정책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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