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로 신흥국 통화 강세 경제지표 개선...北위험은 약화 환시장개입 제한 등 요인 ‘겹겹’ 추세는 지속...펀더멘털이 변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에만 7% 급락하더니 새해 들어서는 단숨에 1060원선을 위협했다. 3일 단기급락에 따른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선은 엷어졌다. 1000원선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연 세자릿 수 환율시대가 다시 올까?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환율하락 추세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급작스레 1000원선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자릿수 환율을 감내하려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기울기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달러약세에 北리스크 완화 겹쳐=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경제지표들도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해 3분기에는 계속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원화강세에 제동이 걸렸다.
선진국 경기개선에 따른 신흥통화 강세 흐름과 함께 우리 경제의 3%대 성장율 복귀가 유력해지면서 원화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높아졌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으로 정부나 한국은행의 속도조절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북한의 도발이 뜸해지고, 연말에는 북미간 대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 외국인들은 마음 놓고 원화에 대해 ’롱(long, 매수)‘ 포지션을 잡아갔다.
새해 들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화를 제의하고, 이에 우리 정부가 발빠른 대응에 나서며 원화강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심지어 중국 정부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0.4% 내리면서 자극했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가장 교역이 많은 신흥국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원화강세 속도는 다른 신흥국들을 앞지르고 있다. 2일 현재 원화 가치는 한달 전보다 2.5% 절상됐다. 같은 기간 위안화가 1.8%, 말레이시아 링깃은 1.7% 가치가 올랐다.
▶강세는 추세....1000원은 지킬 듯=가파른 원화강세로 시장에서는 환율 전망치를 서둘러 수정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 지지선을 당초 1050원보다 더 아래로 고쳐잡기 시작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와 엔화 강세 국면이 지속하는데다 트럼프 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엄포로 정부의 시장 개입 의지가 줄어든 만큼 어느 때보다 원화 강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올해 환율이 1050원 수준 이하로 하락할 여지가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다만 900원대로 내려가는 세자릿수 환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이다. 900원대 환율이 되려면 대외적인 원인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뒷받침이 되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세자릿수 환율을 감내할 만큼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것은 아니라는 회의감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은행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처럼 ‘저금리 통화정책의 정상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만큼 지난해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원화 강세 기조는 여전하겠지만, 환율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수석연구위원은 “수출로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문의 부실화 가능성 등 위기 요인도 상존한다”며 “올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는데다 한미간 금리역전 가능성으로 자본이 유출될 수도 있어 우리 경제가 세자릿수 환율을 감내할 만큼의 펀더멘털이 형성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권아민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글로벌 경제의 동시 회복 국면에서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신흥국 환율의 강세가 전망된다”면서도 “최근 이뤄진 가파른 위안화 절상은 지속되기가 어려워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적으로 하락하기보다 당분간 1065~1070원 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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