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누구든지 관세만 내면 외국산 쌀을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400% 대의 높은 관세를 매겨 국내산 쌀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쌀 시장 전면개방이 몰고 올 상황 변화를 모두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쌀 농가가 관세화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이제부터 국내 쌀 농가의 경쟁 상대는 전세계 농업인이다.
▶소비 위축이 가장 심각한 문제=쌀은 식량 주권이다. 쌀 관세화를 유예해온 지난 20년간 정부는 경지 정리, 수리시설 확충, 용수 개발 등 쌀 생산 기반시설에 무려 26조2700억원을 투입했다. 또 한 해 약 8조원인 쌀 생산액은 농업 생산액(약 44조원)의 18% 수준이지만 쌀 관련 예산액 약 4조3000억원은 전체 농업 예산 13조5000억원의 32%에 달한다.
그 동안 쌀 산업을 보호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지만 투입한 돈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관세화 이후 쌀 산업의 미래 모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장 큰 딜레마는 쌀 소비의 위축이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고기, 과일, 채소 섭취가 늘어나면서 쌀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의 1인당 밥쌀 소비량은 106.5kg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7.2kg으로 무려 37%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469만5000t에서 423만t으로 감소했다.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18.3%에서 11.8%(2012년 기준)로 급감했고, 쌀 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9%에서 0.38%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쌀값은 정체돼 있고 비료ㆍ농약ㆍ농기계 등 생산비 증가로 농가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쌀 농가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정부가 쌀 직불금제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도 재정여건 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고급쌀 생산ㆍ수출이 해답=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2024년 국내 밥쌀의 1인당 소비량은 51kg까지 줄어들 수 있다. 더 이상 밥 형태의 쌀 소비에 의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농식품부는 해외 소비, 즉 수출 확대를 통한 국내 소비 감소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관세화 이행 후에는 고급 쌀의 직접 수출과 함께 먹걸리, 햇반, 쌀과자 등 부가가치가 높은 쌀 가공 식품을 개발해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쌀 수출액은 410만달러, 쌀 가공제품 수출액은 5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쌀 가공과 유통의 핵심인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핵심 과제다.
농협 RPC 운영 전국협의회 조합장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개방에 대비해 국내 쌀산업을 RPC가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전국 234개 RPC를 통폐합해 규모를 키우고, 건조ㆍ저온 저장시설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려 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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