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수백명, 소리 없이는 서울역 TV화면 지켜봐 -‘기대’와 ‘아쉬움’ 희비 엇갈려…일부 자리뜨기도 -최초 TV 생중계, 집ㆍ직장에서도 재판 지켜봐
[헤럴드경제=김성우ㆍ정세희 기자] 웅성이는 서울역 대합실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의 시선은 똑같이 한 군데, 대합실 벽 앞으로 드문드문 달려있는 텔레비전(TV) 쪽이다. TV에서는 소리가 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애써 곁눈질을 하면서까지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화사한 색상의 봄옷에 모자를 쓴 중년 여성, 여행 가방을 들고 선 젊은 남성들, 짧게 머리를 자른 군인들까지. TV 앞에 모여든 사람들의 군상은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그럼 이상으로 이유설명을 마치고 판결하겠습니다.”
1시간35분간 진행된 재판부 판단과 양형 이유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오후 3시 52분께 김세윤(51ㆍ사법연수원 25기) 판사가 주문을 선고했다.
“피고인 박근혜(66)에게 징역 24년형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다.”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도 ‘뉴스 속보’로 주문 내용이 나왔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319일을 이어온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사건’ 관련 1심 재판 선고가 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직접 법정앞으로 가지 못한 많은 시민들은 하지만 저마다 TV와 스마트폰 앞으로 모여들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도 많은 이들이 판결을 지켜봤다.
결과는 유죄. 대합실에서 같은 화면을 쳐다봤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를 반기는 젊은 남성, 선고가 나오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중년 남성도 보였다. 선고 속보가 TV에 뜨자 많은 시민들이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성진우(32) 씨는 “잠깐 TV를 본다고 섰는데 선고가 완벽히 나올 때까지 자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통해 판결을 지켜보며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TV앞을 지켰다. 성 씨는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선고 현장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촛불에서 시작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이어진 세 번째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판결이 당연하다. 앞으로도 항소심이 이뤄진다고 해도 1심 판결이 뒤집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22ㆍ여) 씨도 “박 전 대통령의 직권 남용을 알 수 있는 판결이었다”면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다는데 아쉽다”고 했다.
판결 내용에 불만을 드러낸 경우도 많았다. 이날 선고 속보가 나오자 장모(53) 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방송이 TV를 통해서 공개됐는데, 한 나라를 대표했던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오늘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온 부분과 유죄가 나온 부분있는데, 2심이 진행된다면 개선된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고 방송을 지켜보던 노년 남성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손사래쳤다. 빨간 모자를 쓴 중년 남성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사상 최초로 인터넷 뉴스를 통해 생중계된 재판을 사무실과 집에서 지켜본 시민들도 많았다. 공무원 김모(34) 씨는 “업무를 보는 도중도중 이어폰을 껴고 휴대전화를 통해 판결을 지켜봤다”고 했다. 대학원생 민진수(28) 씨도 ”도서관에서 두시간 가량 판단을 지켜봤다”면서 “2년간의 국정농단사건 과정이 떠올라, 한 시라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 원수’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범행 탓에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사건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안보이고 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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