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에 SK루브리컨츠 상장 좌절
‘조 단위 대어’ 현대오일뱅크 롯데 계열사·카카오게임즈 기대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을 이끌 대어(大魚)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롯데그룹 계열사 등을 올해 공모 시장의 판을 좌우할 회사들로 주목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25~26일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공모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관 배정물량 수요 미달로 기업공개 추진을 철회하기로 했다. SK루브리컨츠는 회사 가치가 기대보다 낮게 평가됐다고 보고, 공모 조건을 바꾸지도 않고 상장 자체를 철회했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추진이 철회된 원인 중 하나는 높은 공모다. 애초 SK루브리컨츠는 희망 공모가 수준을 10만1000~12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일부 해외 투자자들이 최하단인 10만10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된 시가총액 주가순이익 비율(PER)이 15배에 달해 동종업계에서 높은 축에 속했고,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인해 SK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원유를 정제한 뒤 제조된 유분으로 마찰을 감소시키는 윤활제 기능을 가진 물질)와 윤활유 등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활유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IPO 업계에선 올해 대어로 거론된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좌절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SK루브리컨츠는 이번이 3번째 상장 실패이다. 이 회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한 지 3년 만인 2012년부터 기업공개를 준비했다. 2013년 4월엔 갑작스러운 세계 경기침체로 자동차와 산업용 윤활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나빠져 상장을 중단했다. 2015년 5월 상장예비심사까지 받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SK루브리컨츠 매각설이 갑작스럽게 나오면서 상장과 매각 둘 다 무산됐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오는 9~10월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오일뱅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SK루브리컨츠와 비슷한 ‘조 단위 대어’인 데다, 윤활유기와 연관성이 있는 정유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과거 상장 실패를 경험했다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 2011~2012년 공모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IPO 최대어로 꼽혔지만, 원유 가격 급락과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등 시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2012년 4월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지속되는 회사 성장성에 비춰볼 때 SK루브리컨츠와 차별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60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경쟁 정유사 대비 생산능력은 적지만 성장성과 수익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IPO를 위해 현대오일뱅크의 원가경쟁력 배경, 대산 NCC 투자 계획, 자회사 전망 등에 대한 적극적인 IR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상장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시네마 등 잠재적인 상장 후보군을 두루 거느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2단계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등 비상장 6개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해 투자부문을 지주회사와 합병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30일 코스닥 상장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하반기 IPO를 선언한 카카오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 음양사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증권가에서 현재 1조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대어로서 연내 상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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