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대통령이 잠시 월북(?)을 하고 올 정도로 남북간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이달 초 평양공연 공동취재단을 통해 휴대폰에 익숙하고 옷차림도 한층 세련된 주민들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평양 주민들의 생활만 놓고 보자면 휴대폰 사용, 남한 대중문화에 대한 접근도 등이 예상보다 훨씬 자유로웠지만 금융생활은 아직 선진 금융과의 차이가 많다.

북한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이원화 시스템으로 금융 체계를 잡아놓고 있다. 중앙은행은 화폐 매매(외환 매매)등을 통해 화폐 유통을 조절하고, 기준환율과 기준이자율을 제정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2004년 9월에 제정된 중앙은행법으로 정해놨다.

상업은행들은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이자율에 맞춰 영업을 펼친다. 북한의 예금 이자율은 10%대에 달한다. 오랜 저금리 기조 때문에 2%대 금리에 머무르는 남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탐날만한 고금리다.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금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상업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는 경우가 드물다. 공금융에 대한 불신이 깊은 탓이다.

북한은 2009년 화폐개혁을 하면서 구화폐와 신화폐를 100대 1의 가치로 정해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구당 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해, 은행에 돈을 많이 넣어뒀던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일이 발생했다. 자연히 은행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주민들은 은행보다 돈주나 돈대꼬(북한 돈과 외화를 바꿔주는 사람), 돈장사꾼 등 사금융에 의존하게 됐다. 대출이 필요할 때에도 이자를 얼마 주고 빌리는 식의 개인간 거래가 활발하다.

북한은 주민들의 사금융 의존도를 낮추고 공금융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상업은행법을 개정하면서 금융 이용에 대한 주민 편의를 높이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 한 곳에 하나만 만들 수 있었던 돈자리(계좌) 수 제한을 없애, 한 은행에 다수의 계좌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개인명의로 된 계좌는 기관이나 기업의 자금을 예금할 수 없다는 규정도 없앴다.

상업은행에 카드 발급 업무도 허용했다. 북한은 금융 용어도 돈자리(계좌), 봉사료금(수수료) 등 남한과 사뭇 다른 단어를 쓰지만 카드 만큼은 외래어 그대로 살려 쓰고 있다.

북한은 나래, 고려, 선봉, 전성 카드 등 4종의 카드가 있다. 나래카드와 고려카드는 외국인들이 북한을 찾았을 때 주로 선불카드로 사용을 많이 하고, 선봉카드는 나선경제특구(나진-선봉 지역에 조성된 경제 특구)에서 주로 사용한다. 전성카드는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한 직불카드다. 아직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 사용이 많고, 북한 전 지역에서 고루 쓰이는 카드는 드물다. 그러나 주민들을 공금융 체계에 정착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이 활발해지면 카드 사용이나 상업은행 이용 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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